국제 인물·화제

[글로벌마켓 인사이드] 성공한 사업가인가? 금수저인가?… 베일에 싸인 트럼프의 富 축적

'부동산 재벌' 신화 바탕 美 대선서 승승장구 불구

법인수입 적고 잇단 파산… "富 대물림 불과" 지적

"핵폭탄 같은 성격… 기업 경영자로 부족" 평가도


'아버지의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는 금수저' vs '자신의 재능으로 부를 일군 천재 사업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 나만큼 성공한 사람은 없다"고 큰소리치며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는 과연 어느쪽에 가까울까. 부동산 재벌이라는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미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를 질주중인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트럼프가 보유한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인데다 소유한 법인도 비상장기업이어서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불렸는지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가 보유한 재산 대부분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와 유사하다면 그의 성공신화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 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후보인지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생애에 걸친 수익률을 S&P500지수 수익률과 비교해 그의 투자능력을 검증했다.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수익률은 S&P500지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맨해튼 상업용 부동산 상승률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트럼프의 재산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1996년 이후 지난해까지 수익률은 S&P500지수를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의 수익률을 보면 트럼프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S&P500지수가 6% 가까이 오른 반면, 트럼프의 재산 증가율은 4% 수준에 머물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트럼프의 성공은 '부의 대물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뉴욕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트럼프가 보유한 부의 규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과 유사하다"면서 "트럼프는 물려받은 재산을 잘 포장해 자신의 제국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트럼프의 성공신화는 마케팅과 과장광고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실제 트럼프의 생애를 추적해보면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았다. 트럼프는 1975년부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기반으로 사업에 뛰어든다. 이후 1990년까지 그는 차입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하얏트 호텔 소유인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을 리모델링하는데 성공해 유명세를 떨쳤고, 이후 현재의 트럼프 타워 등 맨해튼의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 아틀랜틱시에서는 카지노 사업에도 손을 댔다. 당시 그의 총자산은 현재 가치 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 가운데 80%는 외부에서 조달한 부채였다.

1990년대는 트럼프에게 굴욕의 시기였다. 트럼프는 한때 카지노 재벌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창업자 셀던 아델슨 등 경쟁자에 패배를 맛봤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마카오로 대표되는 카지노 붐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보유한 2개의 카지노 사업장은 2004년과 2009년 각각 파산했고, 당시 트럼프는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트럼프는 한때 개인 파산위기에 몰렸지만 뉴욕 맨해튼 부동산의 가치가 오르면서 파산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트럼프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04년부터 방영한 '디 어플랜티스'라는 TV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약 10여 년간 진행된 이 쇼의 시청자수는 최대 2,800만명에 달했고, 대중적 유명세를 기반으로 수백 개의 회사를 사들였다. 실제 트럼프가 운영하는 법인은 2004년 136개에서 지난해 487개로 늘었다. 아제르바이잔에 호텔 체인을 세우고 이스라엘의 에너지 음료 업체를 사들인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트럼프가 보유한 대부분의 법인은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트럼프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나머지 93% 가운데 절반 이상은 뉴욕 맨해튼 부동산에서 발생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보유한 수백 개의 법인 가운데 1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낸 곳은 단 11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뉴욕의 부동산을 제외하면, 트럼프가 손을 댄 사업 대부분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영자로서 트럼프의 자질은 양면적이다. 트럼프는 카리스마 넘치고 대화를 즐기며 단호한 결단력의 소유자라는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부동산 업자답게 꼼꼼한 면도 있다. 트럼프의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익명의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트럼프는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조항 하나하나를 일일이 검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변덕이 심하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는 핵폭탄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기질은 대기업을 운영하기에는 부적당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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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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