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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가 제철 과일인 딸기를 활용한 메뉴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딸기 디저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딸기 메뉴를 내놓는 탓에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의 무리한 정책으로 손실을 떠안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딸기 디저트 페어'가 열린다. 봄철 대표 과일인 딸기가 외식업계를 강타하자 딸기를 주제로 한 박람회까지 등장한 것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북팔코믹스 관계자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딸기의 진면목을 소개하기 위해 처음으로 딸기 디저트 박람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는 주요 호텔도 딸기 뷔페를 잇따라 선보이며 딸기 열풍에 가세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은 6만원 내외에 딸기 요리를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는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패키지를 내놨고 리츠칼튼서울도 5만3,000원에 다양한 딸기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커피·음료·디저트 전문점에서는 이미 딸기가 주력 메뉴다. 투썸플레이스가 1월 출시한 '딸기 스트로베리 라떼'는 작년보다 50% 많은 45만잔이 판매됐고 파스꾸치는 6종의 딸기 음료를 내놔 보름 만에 20만잔을 팔아치웠다.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 등 베이커리 브랜드는 딸기 케이크와 음료를 예년보다 2배 이상 확대했고 설빙, 미스터도넛,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디저트 브랜드도 예년 4~5종에서 올해 6~7종으로 딸기 메뉴를 늘리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외식업체가 딸기 디저트 열풍에 편승해 무리하게 메뉴를 확장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제대로 된 시장조사 없이 딸기 메뉴를 급조한 탓에 가맹점만 매출 부진에 따른 손해를 떠안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서울 잠실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이달 초 본사로부터 딸기 메뉴를 판매하라는 지침을 받고 열심히 홍보했지만 주택가 상권이라 하루 1~2잔밖에 못팔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계절에 따라 변동성이 큰 딸기 메뉴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딸기 디저트의 주요 고객이 20~30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사를 의식해 무리하게 메뉴를 내놓은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상권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성도 떨어지는 메뉴로 매출을 올리려는 전략은 결국 가맹점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쟁사를 따라하는 '미투 전략'이 아니라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