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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조마조마… 외신 "이세돌이 인류 자존심 지켰다"

<세기의 대국> 환호하는 이세돌바둑연구소 교육생들
13일 서울 성동구 이세돌바둑연구소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TV로 지켜보던 교육생들이 이 9단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기의 대국>기자회견장 나서는 알파고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이 불계승한 13일 알파고팀이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알파고가 아직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분명히 약점은 있다."

이세돌 9단이 소중한 첫 승을 거둔 13일 대국 현장인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 모인 관계자들과 안방 시청자들은 마지막까지도 손에 땀을 쥐어야 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에 충격의 3연패를 당하고도 이세돌이 승리의 의지를 꺾지 않은 것처럼 지켜보는 이들 역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외신에서도 이세돌 9단의 승리를 긴급 보도했다. AP통신은 대국 직후 서울발 기사를 통해 "이세돌의 3연패로 자존심이 상했던 바둑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은 이번 매치 전까지 바둑이 기계가 마스터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게임이라고 믿고 있었다"며 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세돌의 승리는 구글의 프로그램이 완벽하지 않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이세돌 9단이 5시간 동안의 조마조마한 승부 끝에 알파고를 꺾었다. 인류 대표가 3연패 뒤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며 "이세돌이 초반 힘겨운 양상이었지만 오히려 후반으로 가면서 리드를 잡아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인류와 인공지능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한 차례 승리를 거둠으로써 인간 바둑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냈다"고 평했다.

바둑계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프로 9단)은 "너무 우울했었는데 이 9단이 정말 대단하다"고 기쁨을 나타내고 "이 9단이 계속 알파고의 단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3국 후반에서 복잡하고 넓은 공간에서 실수한다는 것을 찾아내 이용했다"며 이세돌 9단의 끊임없는 연구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현장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중앙에서 이세돌 9단의 승부수가 멋있었다"면서 "이 9단이 알파고의 생각을 알아가는 듯하다. 5국에서 재밌는 승부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글 측은 제4국 중반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제4국이 중후반으로 접어들던 무렵 자신의 트위터에 "이세돌이 훌륭하게 플레이하고 있다. 알파고는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87수에서 혼란을 겪었다. 우리는 위기를 맞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79수 때 70%였던 승률이 87수 때에는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허사비스는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이세돌의 묘수로 알파고가 불리해지는 국면이 나왔다"며 "알파고를 더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이세돌 같은 창의적인 천재가 필요하다. 이번 대국을 더 분석하고 파악해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은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한 판이었다. 알파고가 의문수를 연발하면서 이세돌 9단의 승리가 눈앞에 온 듯했으나 알파고가 포기하지 않고 재반격에 나서자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송태곤 9단은 "사람이라면 무너졌을 상황이었는데 알파고는 포기하지 않았다. 공포영화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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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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