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새공연]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모든 인간은 불쌍하다

시대·국경 넘나들며 전쟁터·군인의 죽음, '살고 싶었던' 사람들 무대로 불러내

죽거나 죽이거나…군인·전쟁터서 인간·일상으로 확대되는 이야기

깔끔한 강약 조절 돋보여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박근형 작·연출)는 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간절한 바람을 끝내 이루지 못했기에 안타까운 이들의 사연이기도 하다.

무대는 시대와 국경을 오가며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한’ 사람들을 불러낸다. 계급·권력에 비실대지 않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2015년 대한민국의 탈영병, 일본에 인정받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를 꿈꾼’ 1945년 일본의 조선인 카미카제 오카와 마사키, 결혼을 약속한 그녀를 떠올리며 자신을 납치한 무장단체에 “저 정말 살아야해요”라고 절규하던 이라크 팔루자의 대한민국 청년 서동철, ‘살기 위해’ 납치와 살인을 반복하는 무장단체 전사들, 그리고 휘몰아칠 비극을 예상하지 못한 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밤을 맞이하고 있던 2010년 대한민국 백령도 초계함의 선원들까지. 각기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동안 극 속의 많은 이들은 ‘예정된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우리 모두가 군인이야.” 극이 진행될수록 군인과 전쟁터는 인간과 일상으로 치환된다. “지금도 전쟁 중이야. 누군가를 죽이거나 (내가) 죽어야 하는 거야. 우리 모두 군인이라고.” 탈영병의 외침처럼 무형의 총칼을 장전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군인 같은 존재가 바로 객석에서 무대의 참상을 바라보는 관객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오카와 마사키는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이지만, 적국 입장에서는 살상무기였다. 이라크 무장단체는 납치·살인범이지만 자신의 나라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러나 미군의 공격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이 같은 설정, 아니 현실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쟁터 같은 것이 바로 지금 당신의 삶’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극을 말하지만 적재적소에 웃음을 선사하는 깔끔한 강약조절은 일품이다. 전쟁 같은 매일을 살아내는 그대여, 우리는 군인이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불쌍하다. 3월 2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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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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