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인플레 2% 목표, 타당과 모순사이…

日·美 등 통화정책 결정 기준… 주요국 중앙銀 목표치 논쟁 확산

6년새 1% 밑도는 국가 크게↑… 고도화된 선진국 경제엔 안맞아

"상황따라 조정해야" 목소리 커

"신뢰 유지 위해선 고수" 주장도


지난 1월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결정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까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확대에 나서면서 중앙은행들의 정책결정에 기준이 되는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재정정책을 운용하지만 이는 절대적일 수 없으며 상황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물가상승률이 2%에 이를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책을 써왔지만 이러한 목표가 고도화된 선진국 경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등 주요국 중앙은행 고위관계자들은 통화정책회의에서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할 때까지 확장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워왔다.

2% 인플레이션 기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 중 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실제 유지하는 나라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점. WSJ가 국제통화기금(IMF)을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유럽·일본을 포함한 선진국 국가 중 1%에서 2.99% 사이의 이상적 인플레이션을 기록한 나라는 지난해 10%도 되지 않았다. 반면 물가상승률이 1%를 밑도는 국가들은 2010년 이후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높은 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골디락스(goldilocks)' 기준인 인플레이션 목표 2%는 경제성장이 정점에 이른 선진국 경제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변한 경제상황에 맞춰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WSJ와 인터뷰한 국제결제은행(BIS) 고위관계자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2% 인플레이션 목표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물가상승률 목표를 고정할 경우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상실하게 돼 장기적으로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올려야 할지 내려야 할지 합의 없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글로벌 무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품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물가목표치가 내려가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목표치가 내려가면 기준금리 인하 등 중앙은행들의 정책활용 여력이 줄기 때문에 오히려 물가목표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WSJ는 인플레이션 목표 수정에 관해서는 시장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많아 방향설정이 힘들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이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2% 물가상승률 목표를 고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ECB 이사회 위원으로 참석한 아타나시오스 오페니스 매사추세츠연구센터 교수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ECB 같은 중앙은행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과의 신뢰 유지이며 따라서 2% 물가상승률 목표를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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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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