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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클래식의 제왕'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금세기 최고의 지휘자는 누구일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가장 먼저 이탈리아가 낳은 거장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를 떠올릴 것 같다. 실제 토스카니니는 작곡자가 의도한 지시를 잘 이해하는 지휘기술은 물론 오케스트라의 통제 면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지휘자다. 그러나 20세기 급속도로 발전한 음반과 영상산업 속에서 세계 클래식계를 이끌었던 지휘자라 하면 토스카니니가 아닌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꼽아야 할 것이다.

카라얀은 흔히 음악에 대한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그의 장인정신은 자신이 목표하는 음악적 이상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평가해가며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다듬어 만들어낸 수많은 연주실황과 음반들이 증명해 준다. 150곡이 넘는 레퍼토리를 연주·해석하여 무려 700여 장의 음반을 남겼고 그 음반들은 전 세계 2억 장 이상 팔리며 20세기 음악사에 금자탑을 세웠다.

물론 카라얀을 싫어하고 그의 음반을 비판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가 지나치게 대중의 기호에 편승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알기로 카라얀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새로운 해석을 창조해낸 경우는 바그너의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극히 드물다. 그는 20세기 초 중반의 후기 낭만파 스타일 연주를 20세기 후반까지 그대로 계승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그의 음악적 해석이 정확성과 객관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카라얀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열혈팬과 추종자들을 갖고 있던 지휘자였지만 그도 관객 한 명 없이 연주한 사건이 있었다. 유대인들이 티켓을 모조리 산 후 단 한 명도 입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히틀러 시대였던 당시 카라얀이 나치의 당원으로 독일 군가나 다름없었던 바그너의 '발퀴레의 행진곡', '탄호이저' 등을 연주하며 출세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관객이 한 명도 없는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기분이 도대체 어땠을지 공연을 직업으로 하는 필자도 도저히 뭐라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역사상 카라얀만큼 많은 것을 누렸던 음악가도 또 없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위대한 지휘자들이 누렸던 음악에 대한 권력과 높은 위상 외에 그는 미디어를 통한 부와 명예를 이뤘고, 무엇보다 후세들이 자신의 음악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도록 엄청난 양의 음반과 영상물까지 남긴 최초이자 최고의 지휘자가 되었다.

그가 눈을 감고 은빛 머리를 빛내며 지휘하는 유명한 장면이 기억나는 밤이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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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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