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SK바이오팜 글로벌 제약사로 우뚝…최태원 '뚝심' 통했다

기존 약품보다 2배 뛰어난 효능에 임상 3상 생략… 안전성만 테스트

신약개발 조직 지주사 직속 배치… 바이오사업 장기투자 결실 맺어

2020년 '기업가치 10조' 기대

SK 바이오텍 원료의약품 생산
SK바이오텍 연구원들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원료의약품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은 SK바이오텍이 생산할 계획이다. /사진제공=SK㈜

"이렇게 뛰어난 약효를 보인 약물은 없었습니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뇌전증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는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뇌전증(간질) 치료제(YKP3089) 임상 2상에 참여한 뒤 이렇게 호평했다. 기존 약품보다 2배나 뛰어난 약효를 자랑하며 임상 3상의 '하이패스' 티켓을 손에 쥔 이번 신약이 오는 2018년 출시되면 난치성 환자들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고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그룹은 '바이오'라는 든든한 성장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7년 지주사 전환과 함께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에 배치해 사업을 이끈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 경영도 주목받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와 SK그룹 등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에 임상 3상 약효시험을 면제함에 따라 임상 3상 통과 가능성이 대폭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임상 3상은 약효 시험과 안전성 시험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때 제대로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 신약과 위약(가짜약)을 동시에 의사와 환자에 제공한 뒤 신약과 위약의 약효를 비교하는 식으로 시험을 하는데 SK의 뇌전증 신약은 약효를 평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임상 3상 처음부터 투약정보를 공개한다. SK의 한 관계자는 "약 정보를 공개하고 임상을 하면 실시간으로 안전성 결과를 파악할 수 있고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도 빠르기 때문에 시험이 훨씬 안정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랜 기간 투약해도 문제가 없는지 안전성을 따져봐야 하는 만큼 임상 기간(약 6개월)이 단축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전증 약의 핵심은 발작빈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SK의 신약은 발작빈도 감소율이 55%로 기존 약물의 2배를 보인 만큼 신약 승인과 출시까지 남은 과정을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은 기존 신약들과 달리 이번 뇌전증 신약은 마케팅까지 직접 맡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개발을 진행 중인 수면장애 신약과 급성발작 신약은 외국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기로 해 기술료와 로열티 수입을 얻는 구조다. 뇌전증 신약은 SK가 국내 최초로 글로벌 마케팅까지 직접 추진할 계획이어서 SK바이오팜이 세계 제약업계의 강자로 떠오르는 동시에 수익성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뇌전증 치료제 시장 1위 제품인 '빔팻'의 실적을 고려할 때 SK의 이번 신약은 미국에서만 연간 매출 1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50%를 웃도는 초대형 신약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제약산업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2014년 49억달러에서 2018년 61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SK는 1993년 신약개발을 시작한 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에서 잇단 성과를 내며 바이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됐다. 수면장애 신약의 경우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2011년 미국 'Jazz'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고 2018년 시판할 계획이다. 임상시험 기술료와 매출액에 연동한 로열티 수입이 기대되며 SK는 아시아지역 판권을 확보해 직접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급성발작 신약은 신약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2010년 미국 'Acorda'에 기술을 판매해 내년 출시될 경우 역시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다인 15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승인을 FDA로부터 확보했으며 항암제 등 신규 질환 영역의 신약개발을 통해 2020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바이오·제약 회사로 발전해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성과는 최 회장의 뚝심 있는 장기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강력한 의지로 바이오에 대한 장기 투자를 이어왔으며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는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 역량을 결집했다. 바이오·제약 분야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반도체 소재·모듈 등과 더불어 SK㈜의 5대 성장 영역이다. 이번 신약에서의 결실로 SK의 다른 신성장 사업 추진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SK의 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을 중심으로 한 신약개발 사업이 앞으로 통합지주회사의 가치 제고는 물론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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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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