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성과평가 잣대 바꿔 성과주의 도입?

조민규 기자 <경제부>


이달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하 9개 금융공기관의 수장들을 불러 성과평가제 도입 속도를 높이라고 독려했다. 성과제 도입 시기에 따라 인건비를 차등 지급하고 성과주의 문화 관련 평가 항목을 만들어 해당 기관의 경영성과에 반영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올해 중으로 성과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 경영성과에서는 1개 등급이 떨어진다. 금융공공기관 입장에서 큰 압박이다.

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성과주의 확산 여부가 이들 공공기관 평가에서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 확충(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의 장기적·안정적 공급(주택금융공사)' '금융투자 인프라 제공을 통한 자본시장 발전(한국예탁원)' '금융과 공공자산의 자치 제고(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은 각 기관의 정관에 명시된 본연의 역할이다.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당국의 바람대로 이러한 역할 수행이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과주의는 역할 수행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기관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 따라서 기관평가 잣대도 본연의 성과지표가 가장 우선이지 성과주의는 확산 여부가 그보다 앞설 수는 없다.

성과주의 확산을 독려하고 있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공공기관들이 이를 잘 이행하는지가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국민의 눈높이서 볼 때 성과주의 도입 여부는 당장 해당 기관의 성과로 평가할 성질이 아니다.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되면 분명 해당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일 한 만큼 대우해주겠다는 원칙은 분명 기존 호봉제보다 합리적이다. 금융위가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로 성과주의 정착을 꼽는 것은 금융산업 전반의 역동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금융공공기관이 첫 번째 타깃이지만 궁극적인 대상은 일반 금융회사다. 산하에 두고 있는 금융공공기관들은 평가 항목을 신설해 압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중은행·보험사·카드사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설득과 다른 수단이 필요해 보인다. 임 위원장이 먼저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성과주의 도입에 가장 반대하는 관련 노조를 찾아 성과주의의 필요성, 노조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방지책 등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 1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노조를 찾겠다"고 밝힌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경제부=조민규기자 cmk25@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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