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잦은 야근·회의에 상명하복식 업무 지시…한국 기업 조직건강 ‘빨간불’

대한상의-맥킨지, 국내 기업 100개사 대상 기업문화 종합진단

국내 기업 77% 조직건강 글로벌 하위권…후진적 조직문화 여전

상의 "대증요법으론 해결 안돼…근본 원인 규명해 기업문화 바꿔나갈 것"

잦은 야근과 비효율적 회의, 상명하복식 업무 지시 등 국내 기업들의 조직문화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뉴 노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기업에 뒤처진 후진적인 조직문화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간 국내 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를 종합 진단해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은 글로벌기업에 비해 약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건강도 진단은 맥킨지의 조직건강도(OHI·Organizational Health Index) 분석기법을 활용해 리더십·업무시스템·혁신분위기·책임소재 등 조직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항을 평가·점수화한 뒤 글로벌 1,800개사와 비교했다.

조사대상 100개사중 글로벌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은 최하위수준 52개사를 포함해 총 77개사였다. 특히 중견기업의 경우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돼 조직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면 상위수준으로 진단을 받은 기업은 최상위 수준 10개사 포함 23개사에 그쳤다.

세부영역별 진단결과를 보면 △리더십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외부 지향성 등 4개 영역이 취약했고 △책임소재 △동기부여 등 2개 항목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건강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직원간 시각차도 뚜렷했다. 경영진은 자사의 조직건강을 최상위 수준(71점)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수준(53점)으로 진단해 서로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지속적인 성과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차별적인 조직운영 모델을 뜻하는 ‘지속성장 DNA’ 확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를 갖고 있는 국내기업은 50%에 불과해 글로벌기업(66%) 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50개사를 대상으로 지속성장 DNA 유형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100%, 중견기업 97% 등 대다수 기업이 전사적 개선·혁신활동 등 ‘실행중심형’ DNA를 갖고 있는 반면 글로벌 기업은 실행중심과 시장중심, 리더십중심, 지식중심 등 유형이 다양했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우리 기업은 아직도 제조혁신 역량을 중시하고, 선도기업을 따라잡는 것을 도전목표로 설정해 빠른 실행을 하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실행중심형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패러다임에 부응해 능동적인 변신과 다양한 사업기회 포착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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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았다. 야근·회의·보고 등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습관적 야근’이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야근의 단초를 제공하는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야근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들은 주5일 기준 평균 2.3일을 야근하고 있었고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1%에 이르렀다.

이처럼 야근을 밥 먹듯 하지만 업무시간과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도 확인됐다.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A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근무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하루에 9시간 50분을 일했다. 그러나 A대리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직원들(57%)보다 더 낮았다. 야근을 할수록 생산성은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 △리더십역량 부족과 기업 가치관의 공유 부재를 국내 기업들의 전근대적 조직문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대한상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주요기업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기업문화 선진화포럼(가칭)’을 구성·운영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또 기업문화이슈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개선활동 참여 풍토 조성을 위해 기업문화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한국형 기업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심층 연구할 방침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기업의 조직엔진이 매우 낡고 비과학적이며 글로벌기업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의 조직운영방식으로는 저성장 뉴노멀시대 극복도, 기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힘들기 때문에 피처폰급 기업운영소프트웨어를 최신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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