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700 고지' 돌파 눈앞에 뒀지만… 웃지 못하는 코스닥

관리종목 코데즈 이상급등으로 지수왜곡

"개미들 투기판 전락" 오명 되풀이 우려

우량사 코스피 이전·주력업종 외면도 문제


코스닥이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마의 7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코스닥시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올 들어 벌써 코스닥의 대형상장사 2곳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결정한 데 이어 코스닥의 주력업종인 바이오·게임 대표 기업들마저 코스닥을 외면하고 코스피 상장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코데즈컴바인의 '묻지마 급등'이 이어지면서 코스닥이 또다시 개미들의 투기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은 지난해 4월 '백수오 사태'로 맞은 정체성 위기를 한국거래소와 관계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15일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0.36%(2.46포인트) 오른 693.51에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지난 8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12일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600선이 무너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오른 셈이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8월17일(722.01) 이후 7개월 가까이 줄곧 700선 아래를 맴돌고 있다.

코스닥이 모처럼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최근의 지수상승이 코스닥 상장사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때문이 아니라 관리종목인 코데즈컴바인이 이상 급등하면서 나타난 '착시현상'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실제 코데즈컴바인은 최근 뚜렷한 호재 없이 이날 포함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해 10거래일 만에 주가가 무려 6배 넘게 뛰어올랐다. 지난달 29일 8,666억원이던 코데즈컴바인의 시가총액은 이날 5조7,180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3위에 올라 2위인 카카오(6조7,272억원)를 위협하고 있다. CJ E&M(5위), 로엔(9위), 컴투스(10위)보다도 한참 높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데즈컴바인이 유통물량 부족 등으로 연일 주가가 급등하다 보니 코스닥시장 전체에 대한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 시가총액 수준을 감안한 코데즈컴바인의 지수 영향도(약 4포인트)를 걷어내면 최근의 코스닥지수는 사실상 하락세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코데즈컴바인의 이상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개미들의 투기판이라는 코스닥시장의 오명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데즈컴바인은 지난해 2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낸 관리종목이다. 투기 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코데즈컴바인이 급락해 '제2의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어렵게 쌓아온 코스닥시장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 들어 코스닥 내 대형 우량기업들이 코스피로 떠나는 것도 코스닥시장의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달 초 코스닥 시총 4위 기업 동서가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을 위해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14일 시총 24위 한국토지신탁도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을 발표했다. 코스닥 상장사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것은 2011년 하나투어와 에이블씨엔씨, 코오롱아이넷(상장폐지)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동서와 한국토지신탁이 코스피로 옮겨가게 되면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4조원 넘게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상장을 앞둔 바이오·게임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코스닥 대신 코스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국내 2위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두 회사는 호텔롯데와 함께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만큼 양사 모두 코스피행을 택할 경우 코스닥시장이 입게 될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내츄럴엔도텍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당시 생겨난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코스닥이 잠재적인 미래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위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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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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