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고수는 스타트업서 혁신을 찾는다-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 유통부문 대표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유통부문 대표

모든 기업에는 혁신이 필요하지만 특히 요즘 한국 기업은 더 그렇다. 급하고 절박하다.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 대기업을 포함, 거의 모든 산업이 구조적인 성장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덩치 큰 대기업의 혁신이 '코끼리에 댄스 가르치기'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수많은 혁신 이론과 방법론이 있음에도 기업 리더들은 머리를 싸맨다.

그들에게 힌트를 줄 수 있는 곳은 바로 앞서 가는 기업이다. 통신과 기술·미디어·출판·소비재·자동차·화학 등 6개 업종은 '혁신'이라는 종목에서 다른 산업보다 평균적으로 뛰어나다. 필자가 몸담은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최근 이 6개 산업에 속한 글로벌 상장기업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어떤 추세가 나타났다. 전 세계 6개 산업에 속한 기업 중 상위 10대(시장가치 기준) 기업의 43%가 벤처 인큐베이터나 엑셀러레이터로 기능하고 있었다. 또 상위 3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미 벤처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스타트업'에서 혁신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 세계 선도기업의 정보기술(IT) 경연장이 되고 있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퀄컴·포드·라포스테(프랑스 우정청) 등의 기라성 같은 대기업은 자사의 벤처 기업을 선보였다. 이들은 예전처럼 단지 단순투자에 그치지 않고 사무실 공간이나 멘토링, 심지어는 자사의 협력업체 네트워크까지 제공하면서 인큐베이터 또는 엑셀러레이터로 깊숙이 간여하고 있었다. 대기업 벤처의 분야도 과거보다 확장되고 다양해졌다. 자동차 회사 포드는 자사의 기존 핵심사업과 인접한 영역인 '커넥티드 카'기술에 투자한 반면 퀄컴은 기존 사업과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로봇 기술에 투자했다.

대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스타트업 인지에 대해 검증된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여러 가지의 질문이 남아 있다. 스타트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 또는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은 기업 내부의 연구개발(R&D) 프로그램보다 더 효과적인가. 대기업의 벤처 활동 성공사례가 속속 나타나면 이제 구글 같은 기업을 확 꺾을 수 있게 되는가. 이런 형태의 노력을 통해 기존 모기업의 핵심 사업 질서를 무너뜨릴 만한 차세대 유망 산업(the next big thing)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이런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찾는 과정 중에 있다. 하지만 답을 알지 못하기는 퀄컴이나 포드도 마찬가지다. 검증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나서 움직이면 그때는 이미 늦는다. 그래도 그들은 혁신을 위해 백조처럼 물 밑에서 쉼 없이 발을 놀리고 있다. 물론 우리 기업들도 일부가 여기 동참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게 아쉽고 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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