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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알파고 AI 딥임팩트] 꺾이지 않는 '인간 의지'… "승패 떠나 미래 희망 메시지 던졌다"

1승4패로 마감… 최종대국 관전평

다섯번 대국 모두 최선 다한 이세돌에 잇단 성원

알파고에 '명예9단'… 구글 내주 '리턴매치' 답변

<세기의 대국> 딸 손 잡고 대국장으로
이세돌(왼쪽 두번째)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펼치기 위해 딸 혜림 양의 손을 잡고 대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대0으로 이길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임한 터라 더 쓰라렸던 3연패의 좌절. 그리고 바닥에서 파낸 천금의 승리.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 맞대결에서 이세돌은 아쉽게 불계패했지만 마지막까지 용호상박의 접전을 펼쳤다.

지난 9일 1국부터 1주일간 '인간 대표'로 인공지능(AI)에 맞선 이세돌 9단은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사를 바둑판 앞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바둑을 알든 모르든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가진 이유다. 그래서 이 9단은 졌지만 이겼다.

이날 대국을 지켜본 시민들은 다섯 차례 대국 내내 최선을 다한 이 9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또 이번 대국을 계기로 AI에 우려와 희망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주영(28)씨는 "이번 대국으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영화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면서 "미래에 실제로 많은 일들이 사람에서 AI로 대체될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대국을 봤다는 50대 김용식씨는 "열정을 가진 인간만이 낮은 확률 속에서도 로봇에 맞서 3판을 져도 계속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본다"며 승패 여부를 떠나 끝까지 대국을 펼친 이 9단을 응원했다.

인터넷에서도 마지막 대국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이날 5만5,600여명의 이용자들이 유튜브 생중계 영상을 시청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이 9단에 대해 '멘탈 갑(정신력이 강하다는 뜻) 이세돌' '의지의 사나이' '청년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아울러 '이제 앞으로 AI가 못할 일들을 선택해서 해야겠다'는 등 AI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AlphaGo)를 위해 한글과 영어로 적은 특별 명예 단증을 제작했다. 한국기원은 이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시상식에서 알파고에 명예 9단을 수여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가 정상의 프로기사 실력인 입신 경지에 올랐다고 인정, 명예 9단을 수여하기로 했다. 한국기원이 아마추어 명예 단증이 아닌 프로 명예 단증을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로 정식 입단하려면 승단 시험을 거쳐야 한다. 한국기원은 구글 측에 이 9단과 알파고의 리턴 매치를 요청한 상태다. 구글은 다음주 중 답변을 주기로 했다.

AI와의 처절한 다섯 차례 대국에 최선을 다한 '인간대표' 이 9단은 자랑스러웠다. 올해는 이 9단이 전성기를 열어젖힌 지 13년째 되는 해. 2003년 3월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우승하며 세대교체를 선언한 그는 그해 7월 9단으로 승단했다. 스무 살에 입신(入神) 경지에 오른 것이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로 대표되는 '이세돌 어록'은 거침없는 어린 천재의 패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국내 랭킹 1위를 박정환 9단에게 내주고 중국 신성 커제 9단에는 연패를 당하며 주춤했던 이 9단은 그러나 AI 알파고와의 만남을 계기로 바둑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3연패 뒤 밝힌 "이세돌 개인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은 변화한 이 9단의 모습을 대표한다. '쎈돌' 대신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다시 얻을 정도로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이 9단은 알파고라는 새로운 연구대상을 계단으로 다시 도약의 출발선에 섰다.

/양준호·김지영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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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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