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인화' 집착하면 생존 못해… LG, 연공서열 없애 위기 정면돌파

■ 인사혁신 나선 LG전자

절대평가로 인사 방식 바꾸고 상사 평가확대·팀장없는 날 도입

5만종 문서 30종으로 간소화… 비효율 철폐로 위기돌파 나서

구본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 들어 유독 '위기'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강도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임원 세미나에서는 "기존 산업의 지형에서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LG의 강점을 고려해 집중할 사업을 정하고 그에 대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월 LG 주요 계열사 임원이 참석한 글로벌 최고경영자 전략 회의에서도 "사업 구조 고도화" 등 변화를 주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선제적 변화를 통한 위기 극복이 없다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위기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인사제도 수술에 나선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인화(人和)의 LG'로는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차제에 인사제도 전반을 손봐 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니고 싶은 회사로" 체질 개선=황호건 LG전자 인사최고책임자(CHO)는 올해 초 사내 게시판에 '우리 틉시다'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황 부사장은 "회사의 불만 사항을 기탄없이 적어달라"고 했고 이후 수백개의 댓글들이 달렸다. LG전자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바꿔야 할 내용들이었다. LG전자가 16일 밝힌 인사제도 개편안은 바로 이런 건의 사항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핵심은 다니고 싶은 회사, 일하고 싶은 조직 만들기다.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우수 인재를 영입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직급 체계는 기존에 연공서열에 따른 과장·차장·부장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파트장, 팀장, 프로젝트 리더 등 역할 중심 체제로 전환한다. 직급의 틀 안에 갇혀 창의적인 업무 처리가 어렵고 능력을 펼치기 힘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대신 급여 체계에는 손해가 없도록 조치한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보상을 주기 위해 평가 제도도 대폭 개선된다. 정해진 비율대로만 점수를 주던 상대평가제도를 최고 등급과 최하 등급 직원을 뺀 나머지는 절대평가로 바꿔 더 많은 사람이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부 구성원만 선별, 진행하던 상사에 대한 평가도 전 구성원이 실시하도록 해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4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3년 내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급여 시기 조정, 건강검진도 확대한다.

비효율 철폐를 위해 스마트워킹위원회가 설치되고 5만여종의 전자문서는 30종으로 간소화된다. 야근 특근 역시 팀 예산에서 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만큼만 실시하도록 하고 만약 이유 없이 야근을 시키면 팀장을 문책해 효율성을 강화한다. 월 1회 팀장 없는 날 실시나 안식일, 최대 2주의 하계휴가도 다니고 싶은 회사를 위해 마련됐다.

소통도 지속해서 강화해나간다. 사내 게시판에 건의 사항을 계속해서 받고 별도의 소원 수리 채널을 만든다. 또 유연 근무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위기극복 위해 변화 강조하는 LG=LG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급감했다. 주력 사업 부문인 스마트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는 48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TV 사업을 담당하는 HE 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88.8% 급감했다. 2010년 1조원 가까이 영업손실을 본 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저성장 기조와 환율 및 유가의 불안정, 신흥국의 도전 등 산업 구조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는 그동안 '한번 믿으면 모든 것을 맡겨라'라는 창업자 연암 구인회 회장의 '연암정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이 신성장 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파격 인사 역시 같은 이유다. 외부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인사제도 개편뿐만 아니라 그룹 내 다양한 분야에서 구본무 회장이 주문하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체질개선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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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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