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유품정리인


요시다 타이치씨는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전문회사인 키퍼스의 대표이사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죽음을 맞는 이른바 고독사하는 사람을 위해 2002년부터 '천국으로의 이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유품정리 일을 시작했다. 주검은 말이 없지만 죽음의 현장은 수만 마디 말보다 더한 사연을 머금고 있다. 그가 홀로 간 사람들의 사후 독백을 모아 펴낸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은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은 제1화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서야 읽을 수 있다.

"집주인은 75세의 독거 노인이었다. 의뢰인인 아들, 장의사와 함께 1층 우편함 앞에 모였을 때 이미 그 냄새는 감돌고 있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장의사는 돌아가고, 나와 아들이 3층에 있는 집으로 올라갔다. 2층까지 올라갔는데 문득 발밑을 보니까 계단 옆 빈틈에 통통하게 살이 찐 구더기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고독사는 1990년대 들어 일본에서 '나 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고독사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당시 거품 경제가 꺼지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 이슈가 됐다. 동시에 키퍼스와 같은 유품정리업도 매년 20%씩 고속 성장하며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고독사는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저성장·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노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이 2012년 25.3%에서 2035년 34.3%로 올라간다. 유품정리회사도 2007년께부터 생겨 일본처럼 성장산업이 되고 있다.

유품 정리인(사진)이 바라본 죽음의 현장은 어떨까.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하면 무서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유품정리인에게 무서운 것은 그 일이 아니다. 그런 현장이 만들어질 때까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남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더 무섭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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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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