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4의 물결 새로운 패러다임] "全 산업의 눈·신경망 역할"… IoT 생태계 선점해야 혁신 주도

1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것 <3> 모든 것을 연결하는 IoT시대


구글 스마트홈 업체 인수해 IoT 전용 OS 개발 박차

"유인車 불법시대 온다" 테슬라 주장 곧 현실화 가능성

삼성·LG 자율주행차 시장 등 본격 진출 나섰지만

글로벌기업과 협업 통해 생태계 구축에 더욱 힘써야


국내 자동차부품산업계를 이끄는 수장인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10일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사의 '공정거래협약식' 체결 행사에서 축사하면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어느새 가공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자동차업계에도 일대 격변이 예상된다는 게 신 이사장의 전망이다.

재계는 '알파고 쇼크'가 기존의 산업지도를 완전히 바꿔놓는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에 대해 인간이 갖고 있던 '불신의 벽'을 단박에 뛰어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동차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하는데 장차 바둑보다 훨씬 단순한 운전을 컴퓨터가 전담하겠다고 하면 무슨 논리로 반박하겠느냐"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1년 전 예언했던 '유인(有人) 자동차 불법 시대'가 이미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그는 1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앞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몰면 불법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관련해 재계 및 학계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이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향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눈(센서)과 신경망(네트워크)을 담당하는 IoT의 역할만큼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IoT도 앞서 가는 구글=일반적으로 IoT라고 하면 집 밖에서 가전제품을 컨트롤하는 '스마트홈'을 연상하지만 실제 응용 범위는 이보다 훨씬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홈은 물론이고 자율주행자동차·원격진료·에너지, 심지어는 패션까지도 IoT의 범위에 포함된다. IoT의 구성요소인 △센서 △사물 △데이터센터 △서비스 등이 한데 융합돼 사실상 인간 생활 및 산업의 전(全) 영역이 IoT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 IoT 분야의 절대 강자로는 단연 구글이 꼽힌다.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양분한 데 이어 IoT 분야에서는 사실상 독주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로 구글은 숨 가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스마트 온도조절기 생산 기업인 '네스트'를 32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가정용 인터넷 카메라업체인 '드롭캠'을 5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초기 IoT 시장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홈' 분야에서 하드웨어 업체를 흡수해 일단 덩치를 키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IoT 전용 OS 개발에도 손을 뻗쳐 '브릴로'라는 이름의 OS 개발에 착수했다. 브릴로는 오픈소스 플랫폼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하드웨어 및 칩셋 제조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든 스마트폰이 껍데기는 달라도 모두 안드로이드로 운영되듯 IoT 분야에서도 이 같은 시장 장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우 IBK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IoT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섰다"며 "IoT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중국 샤오미 같은 업체의 행보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양성이 IoT 해법=국내 기업들도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LG 등 한국 대표기업들이 IoT 생태계 구축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IoT의 꽃인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IoT 전문 기업인 '스마트싱스'를 약 2억달러에 사들였다. 스마트싱스는 모바일기기로 각종 가전제품을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다. 이어 올 초에는 로봇·드론·웨어러블기기 등에 연결할 수 있는 반도체모듈인 '아틱'을 출시해 IoT 생태계에도 본격 진출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의 IoT 개척전략과 관련해 '디테일'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큰 틀에서 방향은 맞지만 구체적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스마트홈 기능이 장착된 냉장고를 선보였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 당위성이 읽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투(me too)' 전략으로 단기간에 자본과 인적자원을 투입해 경쟁력을 확보해온 국내 기업의 전략이 IoT 시대에도 통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IoT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국내 기업들의 노하우가 약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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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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