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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심사의 힘… 기술특례 상장사 '퇴출 0'

기술특례 상장제 11년

74곳 문 두드렸지만 50곳 탈락… 깐깐한 기술 평가로 옥석 가려

상장기업은 실적 가파르게 개선… 연 매출성장률 평균 430% 달해

기술-수익 연결능력 강화가 과제


다음달로 도입 11년을 맞는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기술 중심 중소기업들의 상장 창구로 자리 잡았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기술력은 갖췄지만 실적을 비롯한 재무구조가 부실해 상장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2002년 도입된 후 실적심사 요건을 없앤 것은 2005년이다. 도입 초기에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시장에서 소외되고 상장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퇴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특례로 증시에 진입한 기업들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성장성을 바탕으로 한국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28개사 중 현재까지 상장 폐지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상장심사 시 경영성과나 이익규모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다 지난해만 코스닥에서 퇴출된 종목이 18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빼어난 성과다.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않은데도 '제로 상폐' 기록을 세운 배경은 특례상장 기업들에 일반 코스닥 상장사들 보다 완화된 상장유지 조건을 적용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엄격한 기술특례 상장심사에 있다. 상장심사를 할 때 경영성과나 이익 등 일반 상장요건은 면제되는 대신 기술력은 그야말로 '현미경 평가'를 실시한다. 거래소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9개 기술평가기관을 선정해 상장신청 기업에 대한 평가를 2곳에 맡긴다. 회사채 평가와 비슷한 방법으로 기술평가 성적을 매겨 2곳 중 한 곳에서는 반드시 A등급이 나와야 하고 두 기관 간 차이가 한 단계 차이가 날 때만 상장을 승인한다. 기술평가를 통과하면 재무구조 및 수익성 평가는 면제되지만 다른 요소들은 일반 코스닥 상장사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엄격한 기준 때문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4개 기업이 특례상장을 신청했지만 50곳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웅갑 한국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장은 "특례상장 기업들은 도입제도 취지에 맞게 상장유지 문턱은 낮췄지만 외부감사 의견거절을 받거나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 즉시 퇴출된다"며 "기술력은 갖췄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업들은 솎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특례 상장사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좋다. 15일 기준 28개 기술특례 상장사들의 각사 평균 시가총액은 3,300억원가량으로 코스닥 전체 상장사들의 각사 평균 시가총액 1,800억여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기술특례 상장사들의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상장한 지 5년이 넘은 기업들의 지난 5년간 매출성장률은 평균 430%에 달한다. 바이로메드(8위)는 신경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 DNA 치료제 'VM202'를 미국과 한국서 임상 2상 실험 중으로 실적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트론바이오 역시 2011년부터 총 27건의 특허를 취득했고 지난해는 러시아 제약사와 180만달러가량의 기술 수출 계약도 맺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현재의 실적 기준 가치보다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시장이 워낙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보니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력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능력 부족과 지나친 고평가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실제 2011년 이전 상장된 9개 업체 중 7곳은 아직도 순손실을 내고 있다. 또 일부 상장사들은 코스닥 제약·바이오주의 주가수익비율평균(PER)인 30~40배보다 훨씬 높은 1만~8만배의 PER를 기록하는 곳들도 있다.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기술특례 상장제도 덕분에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며 "특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양질의 기업을 지속적으로 상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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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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