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 사물인터넷 국제표준 서둘러야 "스마트홈 기술 장악땐 스마트카 시장도 주도"

한국, 국가별 IoT 준비지수 미국 이어 2위

'세계표준' 잠재력 충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올 초 삼원계 방식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삼원계 배터리는 LG화학·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며 중국 업체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의 배터리를 만든다. 삼원계가 LFP보다 한층 진화한 기술로 분류되는 만큼 중국이 교묘한 비관세 무역장벽을 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한국 기업이 배터리의 국제 표준을 선점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본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홈에서 스마트카·스마트팩토리까지 일상과 산업현장 전반에 접목될 IoT 기술도 표준 선점이 시급하다. 특히 모든 것의 연결(만물인터넷)을 추구하는 IoT 기술의 특성상 한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홈 표준 기술이 결국 스마트카 표준 기술, 나아가 스마트시티의 표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동 한국표준협회 표준정책연구센터장은 "IoT 기술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전과 자동차 같은 서로 다른 제품이 연동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이라며 "한국 기업이 스마트홈 기술을 장악할 수 있다면 스마트카 기술의 주도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IoT 국제 표준 기술을 두고 한국과 미국·유럽·중국 등이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는 양상이다. 최대 IoT 표준화 국제기구인 oneM2M에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미국통신정보표준협회(ATIS)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합세해 스레드그룹(Thread Group)을 만들었다.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참여한 '올신얼라이언스'의 회원사다. 이밖에 제너럴일렉트릭(GE)과 시스코·AT&T가 결성한 산업인터넷컨소시엄, 인텔의 오픈인터넷컨소시엄(OIC) 같은 표준화 기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이 주도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독일과 미국 기업들이, 스마트카는 미국이 앞서 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기술 수준뿐 아니라 참여하는 기업의 수도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삼성과 LG를 제외하면 IoT 기술 표준 제정을 주도할 만한 다국적 기업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준 경쟁에서 밀릴 경우 단순히 시장점유율 다툼에서 지는 것은 물론 전자·자동차·인프라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표준 경쟁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제조역량을 갖추고 있어 세계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IDC는 '국가별 IoT 준비지수'에서 한국을 미국에 이어 2위로 평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IoT와 관련한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고 확산하기까지 2∼3년 정도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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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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