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롤러코스터 원화환율] 각국 중앙은행 '弱달러 속앓이'

마이너스금리 처방도 무색… 日·유럽 통화 줄줄이 강세

신흥국 통화랠리도 가속도

경기회복 동력 삼으려던 수출 드라이브 전략 차질


"미국 달러화가 앞으로 1~3개월 동안은 약세를 보이겠지만 다른 국가들의 통화 완화 기조 속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재개되면 다시 힘을 얻을 것이다."(니잠 이드리스 맥쿼리증권 애널리스트)

"달러화의 장기적인 추세 변화가 있으려면 '비둘기파' 연준만으로는 부족하다."(한스 레데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은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비둘기파' 메시지를 발신한 이래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나 홀로 약세'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낮춘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주요 통화 가치는 중앙은행의 조치가 무색하게 줄줄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 초까지 급락세를 보이던 신흥국 통화 랠리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이 같은 달러화 약세가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달러 강세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분명하지만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다른 중앙은행들과 달리 연준은 여전히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달러화가 머지않아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유로 등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현재 지난해 10월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달러화 하락 압력으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일 절상되면서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호주 달러화와 신흥국 통화의 랠리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태국 밧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가 각각 달러화 대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호주 달러화는 연준 결정 이후에만 2.5%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연준이 초래한 달러화 약세로 아시아 지역 통화 가치가 줄줄이 치솟으면서 수출을 부진한 경기회복의 동력으로 삼으려던 아시아 각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은 난관에 부딪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신흥국들의 경우 달러화 기준 채무 부담을 덜고 지속되던 자금이탈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달러화 약세는 호재지만 성장 부진을 수출 드라이브로 타개하려는 전략에는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의도와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시장 흐름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올 초 엔화 약세와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한 일본은행(BOJ)의 노림수는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1년4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10.67엔까지 치솟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110엔대로 오를 때마다 특정 재료 없이 111엔대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정부나 BOJ의 시장개입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엔화 가치는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이미 8% 절상된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초저금리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크로네화는 전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까지 낮춘 이후 달러 대비 가치가 1% 넘게 올랐다.

다만 이 같은 달러 약세가 장기적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WSJ는 중국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 투자파트너스는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 경제에 구조적인 우려"가 제기된다며 장기적인 통화 랠리에는 회의감을 나타냈다. 스티븐 잉글랜더 씨티그룹 외환전략 대표도 "지금은 신흥시장과 금·원자재·주식을 사고 달러화를 팔 때"라면서도 이 전략이 유효한 기간은 "앞으로 1~2개월"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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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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