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통사, 무제한이라더니 속도 조작에 문자 제한까지

이동통신사의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요금제가 알고 보니 '무늬만' 무제한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다. 2013년 출시 때부터 무늬만 무제한이라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는데 이번에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통사들이 피해를 당한 가입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동의의결안을 제출했다니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이통사가 부린 꼼수는 사기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데이터나 음성·문자 무제한이라고 광고해놓고는 데이터의 경우 기본 제공량을 넘어가면 전송속도를 확 떨어뜨렸다. 음성 역시 일정량 이상이 되면 사용이 제한되거나 요금을 추가 부과하기도 했다. 이것도 모자라 이를 아예 숨기거나 보기 어렵게 안내문구를 노출하는 식의 광고를 했다고 한다. 꼼꼼한 가입자라도 여간해서는 알아채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과장광고가 요금제 출시 3년이나 지나서야 적발됐으니 피해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데이터요금제 가입자만도 736만명, 음성요금제 이용자는 2,508만명에 이를 정도다. 금액도 2,679억원에 달한다. 이런 실정인데도 이통사들은 변변한 사과 한마디 없다. 공정위와의 동의의결 절차를 거쳐 엊그제 보상안을 슬그머니 내놓았을 뿐이다. 그마저도 현금이 아닌 쿠폰으로 주겠다고 해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요금제로도 데이터가 남는데 쿠폰을 주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쿠폰을 받더라도 석 달 내 써야 한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질 만하다. 이통사에 5억원씩의 과징금을 물리는 것보다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쪽으로 조율했다는 공정위의 고심도 이해가 간다. 그렇더라도 쿠폰 보상에 대한 불만이 많은 만큼 4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에 실효성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통사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이다. 공정위 뒤에 숨어 어물쩍 넘어간다면 소비자의 신뢰만 잃을 뿐이다. 꼼수에 기대려 하다가는 배출가스 수치를 수년간 조작하다 발각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폭스바겐 꼴이 날 수도 있다. 소비자를 잠깐 속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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