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서경이 만난 사람] 이상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ICT에 AI 융합 '지능형 인프라'로 4차 산업혁명 차별화해야

5G 이동통신 기술에 알고리즘 적용해 우리만의 강점 개발 필요

한국산 인공지능 '엑소브레인'·동영상 분석 '딥뷰' 프로젝트 진행

올 5G기가 이통·초현장감 'UHD' 서비스 연구개발에 중점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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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최초 외부 출신 원장

"연구문화 바꾸는데 힘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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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AI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선진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AI를 융합하는 등 차별화를 모색한다면 국운융성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상훈(61·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지난 2월3일 대덕연구단지와 3월18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취재진과 잇따라 만나 AI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우리의 강점인 '지능형 인프라(Intelligent Infrastructure)' 활용을 강조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산업, 사물인터넷(IoT)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AI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2~5년가량 뒤진다는 평가(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2014년도 ICT 기술수준 조사보고서')를 받지만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등에서는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에 알고리즘 등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강점을 개발하자는 게 '지능형 인프라'다. 가령 정부의 행정업무를 전자화한 정부3.0사업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자동으로 복지 대상을 파악하고 지원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 경우 복지예산의 누수를 막는 효과를 낸다.

이 모든 것은 가능하게 한 AI 알고리즘에 대해 이 원장은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IT 센서 가격이 싸지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IoT 세상이 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클라우드컴퓨팅 시스템으로 수천대의 서버를 돌려 빅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하면서 인공지능이 부상하게 됐습니다."

ETRI가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3년. 오는 10월 인간과의 퀴즈 대결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산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을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10초 안에 답을 찾도록 방대한 양의 지식을 섭렵하고 있다.

폐쇄회로TV(CCTV) 동영상, 이미지 등 시각 분야의 데이터를 학습해 분석하는 '딥뷰(Deep View) 프로젝트'도 2014년부터 진행돼왔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영상만으로 사고나 위험을 바로 구분해낼 수 있게 된다. 해당 프로젝트 연구에 ETRI가 투입하는 예산은 연 50억~60억원 정도. 최근 정부에서 ETRI가 진행해온 인공지능 연구에다 IoT·빅데이터·클라우드를 융합 연구하는 '지능정보연구소'를 민간 주도로 상반기 중 판교에 세울 때 300억원을 투입하고 앞으로 5년간 1조원을 관련산업 육성에 쏟아붓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연구소 출자는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네이버·현대자동차 등 6개사가 30억원씩 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AI 연구기획 및 수행, 최종 성과물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게 돼 고무적"이라며 "AI가 더 많은 분야에서 범용화가 이뤄질 텐데 ETRI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AI 분야가 미국·일본 등에 뒤처진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ETRI가 일찍부터 기술을 개발해 앞선 분야도 있다. 한글을 영어·일어·중국어로 자동 통번역해주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3년부터 자동번역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05년 성공했다"며 "이후 음성 자동통역 등의 기술개발로 이어져 현재 '지니톡'이라는 자동통번역 서비스를 2012년부터 시범서비스해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은 한글과컴퓨터 자회사인 '한컴인터프리'에 이전돼 상용화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지니톡은 출시 당시 ETRI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구글의 통번역 서비스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통번역 외에 음성을 인식해 처리·분석하는 기술 분야에서도 ETRI가 특허를 확보할 만큼 앞서고 있다. 해당 기술은 파인디지털의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원장은 "ETRI의 기술을 활용해 세계적으로 커가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례를 보고 싶다"며 산학협력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운전자 없이도 자동으로 주차가 가능한 수준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졌다. 자동차와 주차공간에 부착된 센서를 바탕으로 자동차가 자동으로 빈 곳을 파악해 주차되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장애물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운전에 적용되는 수준으로 개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데이터 정보가 초 단위에서 10억분의1초 수준으로 오고 갈 수 있지 않은 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는 아직 먼 얘기"라며 "현재 운전실력이 후퇴하는 고령자·노약자 등을 위해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ETRI는 그동안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중점 연구개발 사업으로는 5G 기가 이동통신 서비스와 초현장감 초고화질(UHD) 서비스 등을 꼽고 있다. 이 원장은 "개인별 기가급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방송 분야에서는 현재 UHD 서비스보다 2배 이상 밝고 선명해 현실감을 높인 UHD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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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서울 △1978년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시스템공학 석사·박사 △1984년 미국 벨통신연구소 연구원 △1996년 KT 통신망 연구소장 △2000년 KT 연구개발본부장 △2003년 KT 기간망본부장 △2004년 KT비즈니스마켓 본부장 △2006년 KT 사업개발부문장 △2009년 KT글로벌&엔터프라이즈 부문 사장 △2014년 KAIST 경영공학부 초빙교수 △201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ETRI 최초 외부 출신 원장 "연구문화 바꾸는데 힘쓸 것"


李원장 소통·자유로운 분위기 강조



이상훈 원장은 ETRI가 연구원으로 승격한 지 18년 만에 처음 맞은 외부인 출신 원장이다. 대학·기업에서 연구해온 경험을 살려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첫 일성으로 '연구원 분위기 쇄신'을 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91년부터 2014년까지 KT에서 잔뼈가 굵었고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자유로운 연구문화를 연구원에 이식해 연구원들 스스로 연구에 대한 열정을 깨우게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연구원 하면 대학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떠올렸는데 ETRI는 그렇지 않았다"며 "폐쇄적이지는 않지만 더 활기차고 소통이 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새로운 ETRI 만들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원 분위기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연구원 내 소통을 담당하는 열린ETRI 분과, 연구원의 목표달성을 위해 합리적 경영방법을 연구하는 합리ETRI 분과, ETRI 재도약을 위해 문제를 찾는 도약ETRI 분과 등 3개 분과를 만들고 새로운 ETRI를 위한 아이디어 모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세부적인 97개 아이디어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제가 억지로 분위기를 바꾼다면 새로운 원장이 왔을 때 원상복구가 된다"며 "연구원들 스스로 '마그마'를 터뜨릴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구원 동료 간 소통을 독려하기 위한 '변화소통실'도 신설했다. 그는 "항상 토론하고 세미나와 발표회를 열며 전문가 그룹이 활성화돼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구원 내 100여개 모임이 상시 존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TRI는 정보·통신·전자·방송 및 관련 융복합기술 분야의 산업원천기술 개발과 성과확산을 위해 1976년 설립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Young Forty, Let's Move!'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이 원장은 "전체 연구원의 평균 연령이 46세 정도 된다"며 "40세가 된 ETRI와 연구원들 모두 굴속에서 나와 역동적으로 움직였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삼성페이 같은 기술 사업화 산학협력 허브 역할 하겠다"


스타트업 창업·기술교육 지원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대신 미리 등록한 손가락으로 터치만 해도 결제가 이뤄지는 '삼성페이'. 500만명이 이용하는 이 기술에 들어가는 생체인증 국제표준 서버 기술은 사실 ETRI가 개발했다. 이상훈 원장은 삼성페이의 사례처럼 우수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이 원장은 "스타트업에 기회를 제공해 직접 만들어보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ETRI가 산학협력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ETRI 예산 6,600억원 중 개별기업이 ETRI가 개발한 기술특허를 사용해 얻는 수익은 319억원, 민간에 수탁한 비용은 225억원으로 각각 7%, 4%를 차지했다. 금액 면에서는 10%대에 그친다. 하지만 건수로 보면 높다. ETRI가 보유한 전체 특허 1만3,433건 중 55%가 사업화로 이어졌다.

그 중 삼성페이 등에 적용돼 주목받은 생체인증 국제표준규격(FIDO)이 대표적이다. ETRI는 은행거래 등 인증 때 사용하던 비밀번호 대신 지문·얼굴·목소리 등 다양한 생체정보로 사용자를 인증할 수 있는 FIDO 인증기술을 개발해 국제인증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이 기술은 BC카드와 하나INS에 이전된 삼성페이의 지문인증 서비스에 적용됐다. 이 원장은 "ETRI가 옛날만 못하다는 말을 외부에서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연구 일선에 있는 연구자들의 창의성 도전정신만큼은 예전만큼 강하게 남아 있다"며 "임기 내 기술료 민간위탁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13년 대전창업공작소, 2014년 서울창업공작소를 개소해 3D프린터·하드웨어를 제공하며 창업을 지원해왔다"며 "지금까지 700여명의 예비 창업자에게 관련 기술교육을 실시했고 창업지원 8건, 시제품 제작 460건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실례로 영상교육 등 스마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는 욱성미디어는 ETRI 창작지원소의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원장은 "ETRI 연구원들은 한 연구실이 기업 한 곳을 집중 기술지원하는 등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여러 제도를 통해 기술개발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김지영기자 jikim@sed.co.kr

사진=권욱기자
대담=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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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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