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가양테크노타운 301호에 있는 에어비타 작업장에서는 음이온 공기정화기 조립라인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은 중국과 인도, 독일, 일본 등 해외 26개국에 수출된다. 삼성, LG, 코웨이 등 대기업들이 공기청정기·정화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에어비타는 국내 음이온 공기정화기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강소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18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15%에 달한다.
이길순 대표가 에어비타를 창업한 것은 지난 2001년. 가정주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와중에 우연히 옆집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사는 것을 보면서 ‘공기정화기를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일본 공기청정기 회사에 다니던 기술자를 소개받아 의기투합했다. 당시 대기업들이 내놓은 공기정화기는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싸고 관리비도 많이 들었다. 작고 저렴한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창업기업이 내수시장을 바로 치고 들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해외시장에 먼저 진출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역발상이었다. 2004년 독일 국제 아이디어 발명 전시회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발명 전시회에서는 금상을 받았다. 해외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고 소비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해외에서 품질력을 인정받은 이 대표는 국내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가지 원칙을 세웠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이 아니라 자가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하이마트 등에 제품을 선보였고 소형이면서도 가격이 싼 공기정화기 제품에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자가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매년 10개 이상 특허를 내고 있다”면서 “2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음이온 공기정화기 내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것도 기술과 아이디어에 집중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에어비타는 은행 빚이 없다. 무차입경영을 철칙으로 여긴다. 미래 성장성을 알아본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을 해오고 있지만 거절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각에서는 저리의 정책자금이나 은행대출을 활용해 생산라인을 증설하라고 제안하지만 남의 돈을 빌리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며 “이익금의 내부유보를 통해 내실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에어비타 공기정화기는 1㏄당 200만개 이상의 음이온을 방출한다. 숲 속이나 폭포 근처보다 최소 4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음이온은 공기 중에 떠 있는 유해물질과 세균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식중독균, 대장균, 녹농균 등을 99% 이상 제거한다. 대통령 표창, 세계여성 발명대회 최우수상 등을 잇따라 수상한 것은 이 같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중국과 인도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며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회사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