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새누리 정부 부양책 베끼고 더민주 무상시리즈 또 꺼내고

[정책 사라지고 票퓰리즘 넘치는 총선]

새정치 표방 국민의당도 눈에 띄는 정책 없어

일자리 복지대책 등 뚜렷한 재원 계획 실종

기업에 부담 떠넘기는 反시장 공약이 대부분

부동층 흡수에 혈안 여야 정책 차별화 안돼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놓은 공약을 보면 정당별 색깔을 구분하기 어렵다. 여야가 표(票)만을 의식해 스펙트럼을 좌우로 넓히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공약을 서로 베껴 이름만 바꿔 내놓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데 성장에 대한 뚜렷한 전략이나 방향은 보이지 않고 일자리 확충과 무상복지 같은 표를 얻기 위한 ‘누가 더 많이 퍼주나’ 경쟁에만 치중돼 있다. 이마저도 뚜렷한 재원마련 대책이 없거나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반(反)시장 공약이 대부분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야 모두 공천에 사활을 걸다 보니 공약 개발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계파갈등 등 사상 초유의 내전(內戰)으로 제대로 된 공약조차 만들지 못했다. 내놓은 정책들은 그동안 정부 발표나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책을 새누리당의 표현처럼 ‘더하고 곱해’ 규모를 늘리거나 확대한 수준이다. U턴 경제특구는 정부정책을, 청년희망아카데미는 서울시 정책에서 가져왔다.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한 포괄간호서비스의 경우 지난 2013년 시행한 정책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소상공인이 소유한 자동차에 건강보험료를 매기지 않겠다는 공약은 지난해 당정 협의를 통해 이미 발표된 공약이다. 뒤늦게 야당의 경제통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영입했지만 남은 선거기간을 고려할 때 차별화된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공천 내홍에 덜 시달린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다양한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무상 시리즈를 빼놓지 않았다.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매달 30만원씩 주겠다는 것이나 누리과정 국가예산으로 100% 지원, 사병 월급 30만원까지 인상(현재 19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더민주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기본 방향 외에 다른 구체적인 수단을 제시하지 못했다. 법인세 인상은 전 세계적인 흐름과 배치되고 경제난 속에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다. 정부와 여당이 증세보다는 성장을 통한 복지재원 확충에 무게를 두고 있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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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더민주는 공공임대주택과 보육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수단까지 들고 나왔다. 이는 오는 2060년 고갈이 예고된 국민연금의 안정성·수익성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선거에 국민연금까지 동원한다는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다. 무역이익공유제 일환인 ‘농어촌상생기금(1조원)’의 기간과 금액을 더 늘리기로 한 것도 표심을 끌어내기 위해 시장경제원칙을 거스른 사례다.

제2의 야당을 표방하며 출범한 국민의당은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의 정체성이 기존 여야의 중간지대이다 보니 어느 쪽으로도 선명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내놓은 정책은 더민주와 비슷한 내용이 많다. 민간 기업 청년고용의무제는 사실상 같은 정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총선에서 공천 경쟁만 있지 정책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더구나 이런 분위기라면 총선이 끝난뒤 곧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경제 상황 타개가 더 어려워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김상훈기자 mckids@sed.co.kr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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