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인공지능과 노동의 미래

4차 산업혁명 통한 AI의 진화… 부가가치 창출 등 순효과 기대

미래형 노동 시스템 정비 등 생산적 공존 위한 대비 필요


최첨단 바둑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수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4대1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는 AI의 확대와 진화가 가져오게 될 미래 모습에 대한 당혹감과 두려움이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핵심은 노동하는 인간의 의미와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걱정으로 보인다. 로봇과 AI가 인간의 육체적 노동뿐 아니라 지적 능력까지 대신하면 미래에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인간지능학자 제리 캐플런은 저서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가까운 미래에 AI를 장착한 로봇에 의해 다양한 상품과 용역의 생산 서비스가 가능하고 그러면 산업 현장에서 인간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결과 노동 시장에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며 대량 실업이라는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는데 인류는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계화나 자동화로 기계나 로봇이 부분적으로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체해오고 있지만 AI가 더 발전하게 되면 지식 노동인 화이트칼라 직업인들의 일도 AI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하는 의사, 법률 서비스를 하는 변호사, 교육을 하는 교수의 직무도 AI에 의해 상당 부분 대체가 가능하며 일부는 이미 더 정교하게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인공지능연구소의 덴켈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 빅데이터를 쉼 없이 분석하고 반복 학습하고 있는 AI에 의한 전문직 대체는 향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따라서 복잡한 대용량 자료의 처리와 분석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로봇 상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게 되는 직장도 곧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도 '노동의 종말'에서 첨단 기술이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로봇과 AI 관련 기술 및 인프라를 독점한 소수 엘리트 계층과 그렇지 못한 다수 간에 부와 권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다수의 노동자는 AI보다 못한 일자리로 내몰릴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오는 2030년쯤에는 현재 있는 직업의 거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술 발전과 기계화에 따라 소멸하는 일자리 대신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들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AI의 발전으로 향후 5년간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대신 약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리라 전망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소위 4차 산업혁명과 AI의 진화는 인간 생활에 새로운 편리함과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순효과도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 위험하고 험한 작업에 AI 로봇을 투입하면 생산시설의 유지보수 하청 업체들은 타격을 입겠지만 산재사고율은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 역사를 볼 때 기술이나 과학의 발전이 퇴보하거나 되돌아간 적은 없다. 따라서 AI도 앞으로 계속 더 발전하고 진화할 것이다. 이에 대비해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과 인간 사회가 어떻게 생산적으로 공존할 것인가, 닥치게 될 위험보다 발전적 편익을 어떻게 더 키워갈 것인가는 AI가 아닌 인간의 선택과 연구과제이다.

노동하는 인간의 의미와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별히 생산 인구의 절반이 일자리가 없고 초고령화로 젊은 생산력은 줄어드는 대신 노인들이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미래 시대에 적합한 교육 훈련 시스템, 고용 정책과 노동 관련 제도 그리고 사회 보장 및 분배 시스템에 대한 시대 전환적 사고와 사회적 대비가 절실하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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