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분당서울대병원 '가상현실 치료실' 가보니>“게임하듯 재활치료...3주만에 마비 풀렸어요"

블록 옮기기,과일담기 등 미션 주고 난이도 자동조절 가능

시각적 몰입도 커 재활에 큰 도움...원격의료 문제는 숙제로

뇌졸중으로 몸 왼쪽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남주현(56·사진) 환자가 지난 18일 분당서울대병원 가상현실(VR)치료실에 화면 왼쪽 블록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김민정기자뇌졸중으로 몸 왼쪽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남주현(56·사진) 환자가 지난 18일 분당서울대병원 가상현실(VR)치료실에 화면 왼쪽 블록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김민정기자


지난 18일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 가상현실(VR)치료실. 컴퓨터 앞에 앉은 남주현(56) 씨는 허공에 왼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남 씨는 지난달 28일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몸 왼편에 마비가 왔다. 하지만 돌처럼 굳어 꼼짝할 수 없었던 왼쪽 신경이 3주 만에 되살아났다. VR 치료 덕분이다. 이날도 남 씨는 화면을 응시하며 게임 하듯 왼팔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미션은 화면 곳곳에 흐트러져 있는 과일을 바구니에 옮겨 담는 것. 원리는 간단하다. 남 씨가 마치 실제 과일을 집어 바구니에 담는 듯한 행동을 하면 실시간 동작 인식 카메라가 환자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게임의 난이도는 근력·떨림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자동 조절된다. 담아야 할 과일 수가 많아지거나 움직일 수 있는 최대 각도가 커지는 식이다. 게임이 끝나면 움직임 정도는 수치로 뜬다. 과일 담기·블록 옮기기 등 20분간 VR 치료를 진행한 남 씨의 얼굴은 온통 땀 범벅이 됐다. 그는 “시각적 효과가 있어 치료 몰입도가 높고 게임 하듯 꾸준히 혼자서 할 수 있어 좋다”고 흐뭇해했다.


지겹고 고된 ‘자신과의 싸움’인 재활치료가 정보기술(IT)을 만나 환골탈태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14년 서울대 공대와 공동연구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3차원 동작인식카메라 ‘키넥’을 이용한 VR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뇌졸중 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게임을 접목한 재활치료인 만큼 환자 동기부여와 재활 지속성에 효과적이라는 평이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상태가 비슷한 환자끼리 가상공간에서 대결을 벌이면서 치료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로그인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재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게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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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재활치료는 이제 막 포문을 연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백 교수는 “VR 치료와 같은 ‘스마트 헬스’ 는 범용화가 중요한데 현재는 각 병원이나 연구소의 연구비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성이 커지고 대중화되려면 기업체·학교·병원·연구소 등 협업으로 처음부터 탄탄하게 제품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환자가 각 가정 컴퓨터를 이용해 VR 치료를 받으려면 원격의료가 가능해야 하지만 의료법 개정을 놓고 의사협회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다. 백 교수는 “뇌졸중 환자처럼 지속 치료가 필요한 경우 IT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는 빛을 발할 수 있다”며 “VR 치료가 환자 중심 서비스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원격진료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한 명확한 매듭짓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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