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일찍 복귀하면 등급 가점 줄게" 고민하는 LG전자 육아휴직자

일부 계열사 인사 연계해 복귀 종용

'사내 눈치법' 개선·제도정착 필요

LG전자에 다니는 A씨는 육아휴직을 보내던 중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육아휴직 기간이 아직 남았지만 조기 복귀하면 인사 등급에서 가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상대평가로 몇 명만 상위 고가를 받는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로 동기들보다 업무에서 뒤처진 느낌이던 A씨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A씨는 "육아에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지 조기 복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등 LG그룹 일부 계열사가 육아휴직자들에게 인사고과를 이유로 조기 복귀를 종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사내 눈치법' 때문에 육아휴직 등의 정착이 힘들다고 밝힌 상황에서 빠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1년 3개월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육아휴직으로 1년에 절반 이상 근무하지 않은 직원은 인사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최하등급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S나 A등급을 받던 직원들은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몇몇 부서는 육아휴직 기간을 줄이고 조기 복귀하면 인사고과를 더 챙겨 주겠다며 직원들을 회유하기도 한다. LG그룹 내 다른 계열사 직원도 팀장의 의도에 따라 인사고과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육아휴직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는 이른바 '사내 눈치법'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LG전자는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10%에 달하는 등 비교적 육아휴직제도가 잘 정착됐다고 평가 받지만 여전히 사내 눈치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내 눈치법으로 육아휴직 등의 정착이 힘들다"며 "민·관 합동으로 협의 채널을 구성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 및 일부 계열사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인사평가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정 몇 명만 높은 고가를 받을 수 있고 평가자들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한 것이 이유다. LG전자가 최근 인사혁신 방안을 통해 A~C등급 평가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 인력의 중요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을 반영해 육아휴직 등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김현진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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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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