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무공천 언급하며 결정은 지연… 여 '유승민 자진탈당' 압박 강화

"24~25일 후보 등록 일정상 경선 치르기엔 시간 부족"

공관위, 22일 밤 열리는 최고위 전 '컷오프' 발표 가능성

일각선 "발표 늦춰 유승민 무소속 출마 막을수도 있다"

유승민 의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무공천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여권 내 계파갈등의 핵인 유승민 의원을 경선 없이 공천 배제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악화에 따른 '수도권 역풍'을 감내하고라도 주요 고비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온 유 의원을 솎아내 하반기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청와대·친박계의 의중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21일 오전 회의를 열었으나 유 의원의 공천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2일 오후9시에 최고위를 다시 열어 의결이 보류된 단수추천지역 5곳과 유 의원의 공천 문제를 함께 추인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종희 공관위원은 "유 의원의 경우 공관위에서 먼저 결정을 내려서 22일 최고위에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관위는 최고위가 소집되는 22일 오후 이전에 유 의원의 공천 여부에 대한 최종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새누리당 공관위는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자진탈당이나 불출마 등 유 의원 스스로 중대결심을 내릴 것을 종용하며 '지연작전'을 펼쳐왔다. 수족(手足)인 측근 의원들을 모조리 탈락시킨 것도 '결단 촉구'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하지만 친박계의 이 같은 의도를 모를 리 없는 유 의원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공관위로서도 남은 선택지가 사실상 컷오프뿐인 상황이다. 당장 오는 24~25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 등의 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경선을 치르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종희 공천관리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 의원 문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복잡하다"며 "현실적으로 경선은 어렵게 됐다. 대구 동을을 무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말해 컷오프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박 위원은 또 '매듭을 풀기 어려우면 싹둑 잘라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맞다. 그래서 빨리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관위·최고위가 끝까지 합심해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유 의원은 23일 자정 전까지 새누리당에 탈당계를 제출해야만 24~25일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인 임태희 전 의원은 "23일까지 결정을 보류해 무소속으로도 못 나가게 할 것이라는 말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며 "무소속으로라도 나가려면 스스로 나가는 모양을 취하라는 압력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나가면 아예 무소속 출마도 하지 못하니 우리는 좋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 의원의 공천 탈락 또는 무소속 출마가 현실화하면 이미 탈당을 선언했거나 무소속 출마를 고심 중인 '유승민 키즈'들과의 연대도 본격적인 닻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 의원을 구심점으로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이종훈·조해진·권은희·류성걸·김희국 의원 등이 '유승민'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뭉칠 경우 대구·경북(TK)은 물론 수도권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총선 판도를 뒤엎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친박 패권주의에 따른 자해정치로 전체 과반의석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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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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