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 'SSG=쓱' 절묘한 카피… 젊은층 마음 '쏙' 빼앗아 인지도 '쑥'

광고 대박난 신세계 SSG닷컴 '쓱 마케팅'의 비밀


그룹 유통채널 하나로 통합한 SSG닷컴

위트 있고 회화같은 영상 광고로 유명세

사이트 이름 쉽게 기억해 쇼핑 연계 효과도

1~2월 매출 32%·신규 가입자 28% 껑충

"잘 만든 광고가 기업 미래 바꾼다" 입증

고객 SNS 홍보·각계 패러디 요청도 봇물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관계자들은 통합 온라인쇼핑 플랫폼 SSG.COM의 홍보를 위한 광고 경쟁심사(PT)에서 SSG를 한글 '쓱'으로 표현한 광고사 HS애드의 시안을 보고 무릎을 쳤다. 2014년 그룹 내 주요 유통채널을 모아 온라인쇼핑 포털 SSG닷컴을 론칭할 때부터 회사 내부에서도 '쓱'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다소 어려운 영문발음 '에스에스지'대신 '쓱'이라는 글자를 택하자 사이트 주소를 쉽게 기억하는 것은 물론 편한 쇼핑·빠른 쇼핑 등 사이트의 정체성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올 초 전파를 탄 SSG닷컴 TV광고는 방영과 동시에 대박의 주인공이 됐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에 비해 덜 알려졌던 SSG닷컴도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됐다. 각종 패러디도 쏟아졌다. 잘 만든 광고가 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특히 'SSG=쓱'이라는 광고 카피에 위트와 세련, 절제미 등을 담아 고급스럽게 풀어낸 광고는 잠재 고객인 20대 등 젊은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기여했다.

13년간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신세계백화점·이마트·트레이더스·분스 등 그룹 내 여러 유통채널의 온라인사이트를 하나로 통합, 2014년 오픈한 SSG닷컴은 올 초 시작된 '쓱 마케팅'으로 상전벽해의 신세계를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SSG=ㅅㅅㄱ=쓱'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론칭 편을 시작으로 1월 중순 '오늘 쓱 배송', '오반장', '매직 픽업' 등 SSG닷컴의 주요 서비스를 담은 광고 3편을 추가로 선보였다. 각각 이마트 당일 배송, 신세계백화점 픽업서비스, 매일 오전 9시 핫딜 등 사이트의 장점을 표현해 호평이 이어졌다.

유명 배우 공유, 공효진의 영상광고를 필두로 홈페이지와 온라인 포털 사이트, 배송차량, 옥외 광고물 등 소비자와 만나는 다양한 접점에 '쓱'을 접목하자 기대 이상의 결과가 펼쳐졌다. SSG닷컴의 1~2월 누계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32%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 생활상품이 69%, 언더웨어·패션소품이 66% 신장했고, 스포츠상품과 패션·잡화도 각각 47%, 41% 늘었다. SSG닷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식품 카테고리도 30% 이상 확대됐다.

늘어난 것은 비단 매출만은 아니다. 1~2월 신규 가입자수도 지난해보다 28% 급증했다. 특히 20대의 신규 가입자수 증가율이 53%를 기록하며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쓱' 광고를 통해 젊고 세련된 이미지가 주목받으면서 젊은 층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1~2월 모바일 매출은 무려 66% 늘었다. 전체 온라인 매출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50%에 육박했다. 포털사이트에서 SSG닷컴을 검색하는 인터넷 사용자도 5~6배 이상 많아졌다. '쓱' 열풍으로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도 설치자수 140만 명을 돌파했고 6개월 기준 충전금액이 무려 200억원을 넘어섰다.

소비자들도 장을 본 뒤 본인의 SNS에 해시태그로 #쓱, #ㅅㅅㄱ를 자연스럽게 남기거나 일상 속에서 '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광고 카피에 녹아 들어갔다.

'쓱'은 사이트의 줄임말인 동시에 '빨리 무언가를 하는 모양' 또는 '슬쩍 문지르는 모양'을 표현하는 단어다. 특히 이 광고 카피는 일반화된 모바일 환경 속에서 모바일로 앱을 실행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동시에 빠르고 쉽게 쇼핑을 하는 행위나 사이트 이름, 정체성 등과 직결되며 소비자의 뇌리 속에 쉽고 재미있게 각인됐다. '쓱 이용하면 입가에 미소가 쓱 번진다'는 업체의 홍보 문구처럼 소비자의 일상과 호흡하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야 호응을 얻는 현 유통시장의 경향을 단어 하나에 압축해 담아낸 것이다.

쉽고 재미있고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속성을 겨냥한 광고 카피에 차별화된 이미지 광고를 더해 낸 점도 '쓱 마케팅'의 파장을 더욱 확산시킨 비결이다. 광고 카피에 담긴 위트를 세련미와 절제감이 넘치는 영상으로 풀어내 고급스러우면서도 친근한 마케팅을 구현해 낸 것. 광고업체는 신세계의 세련된 이미지를 광고 속에서도 구현한다는 방침 하에 미술작품과 같은 회화적인 면을 강조하는 한 차원 다른 화법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 각자에 영감을 준 예술작품들을 광고에 넣었다. 20세기 미국 도시인의 삶을 주로 그린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비롯해 웨스 앤더슨의 영화, 칼 라거펠트의 화보, 페르난도 보테르의 그림,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등 다양한 영상과 화보, 화집이 자연스럽게 광고에 녹아들어 작품과 같은 이미지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모델들은 회화적인 영상미를 살리기 위해 연기를 하되 극도로 말을 아꼈다. 또 고급스러운 풍경과는 달리 지극히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해 이질적 요소의 조합이 주는 재미를 높였다. HS애드 관계자는 "모델이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순간 그림이라고 생각한 풍경이 현실이 될 것 같았다"며 "광고의 멋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스텝들이 대신 대사를 불러주면서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이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광고에서 회자되는 고급스러운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마지막까지 고민이 깊었다. 촉박한 제작 일정상 실제 모델들이 연기한 곳은 색감이 전혀 없는 하얀색 세트였다. 색감은 후반 작업에서 마치 그림을 그리듯 채색을 입혀 한 뼘 다른 영상미를 구현했다. 음악도 새로운 그림에 어울리도록 멜로디를 배제하고 리듬으로만 구성했다.

'쓱' 광고는 메이크업 브랜드 '맥(MAC)'을 비롯해 tvN 예능 프로그램 'SNL' 등에서 패러디 광고로 재탄생하며 또 한차례 화제를 일으켰다. 경찰청의 '스마트국민제보' 앱 패러디나 울산지방경찰청의 '아동학대전담 경찰관 제도' 홍보 패러디 등 공익적인 메시지에서도 활용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패러디 승인을 요청한 건만 10여 곳으로 앞으로도 3~4곳의 패러디 광고가 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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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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