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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상상이 현실로... 배터리가 만드는 세상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상상 속 일상이 현실로... 배터리가 만드는 세상

우리는 배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우리는 배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손 안의 스마트폰부터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어느 새 우리는 배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됐다.


배터리는 현재 대부분의 기기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부품이 됐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인터넷 뱅킹과 쇼핑은 물론이고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네트워킹, 미디어 시청 등을 하고 있다. IT 기기로 가능해진 이 같은 일들과 관련 산업들은 모두 배터리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배터리의 발전이 기기와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불에서 시작해 석탄, 석유를 거쳐 원자력으로 발전해 왔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석유는 석탄보다 그리고 원자력은 석유보다 효율이 높은 에너지원이다. 인류는 갈수록 효율 높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됐고 그럴수록 삶도 더 풍요로워졌다. 최근에는 조금 다른 방향의 진화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에너지 사용의 편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전기의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고용량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려는 수요가 늘었다.

요즘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다. 충전해서 반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2차 전지’인 이 배터리는 소니(SONY)가 휴대용 카세트 ‘워크맨’에 적용하기 위해 처음 개발한 것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을 소재로 하여 만든 2차 전지로 현재 2차 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게가 가볍고 고용량의 전지를 만들기가 쉬워 휴대폰, 노트북, 카메라 등에 많이 사용된다. 이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주목 받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부터다. 스마트폰은 슬림화 되면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이에 따라 배터리는 얇아지면서 용량이 커졌다.


배터리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리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에 따르면 최근 리튬카보네이트가 올해 들어 가격이 급등, 1t 당 1만 달러로 지난해 평균보다 47% 비싸졌다. 세계 최대의 리튬 생산 광구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아타카마 염수호다. 하얀 가루로 가공되어 나와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카보네이트는 2차 전지의 대체 불가능한 구성 요소로 앞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면 수요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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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되게 큰 배터리 시장이 열린다.

관람객들이 삼성SDI 미래형 전기차 배터리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관람객들이 삼성SDI 미래형 전기차 배터리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바로 전기자동차·로봇·드론과 같이 움직이는 기기들이 등장한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IT 기기에서 전력 소모를 가장 많이 하는 부품이라고 해봐야 디스플레이 정도이다. 하지만 기계 장치를 움직이게 하려면 훨씬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은 스마트폰 5,000개, 노트북 1,000개에 해당한다. 움직이는 로봇에게 있어서도 고용량 배터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는 다양한 로봇이 출현할 것이다. 노인용 근력 보조 로봇, 경비용 로봇 등이 이미 상용화되었거나 준비 단계에 있다.

요즘은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라 부르고 있다. 반도체는 기기가 어떻게 변하든 근간이 된다고 하여 ‘산업의 쌀’이라 불렸다. 마찬가지로 기술과 트렌드가 바뀌어도 배터리는 항상 새로운 기기의 동력원으로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IT 기기와 앞으로 끊임 없이 출시되는 새로운 기기는 모두가 전기, 즉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 즉 어디에나 배터리가 있는 시대, 이른바 BoT(Battery of Things)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이폰6S에는 1,715mA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아이폰6S에는 1,715mA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그런데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 휴대폰 배터리는 용량 향상에 어려움이 크다. 실제 아이폰 초기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1,400mAh로, 최신작인 아이폰6s의 1,715mAh과 큰 차이가 없다. 아이폰의 경우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일 충전해야 다음날 사용할 수 있는 ‘하루살이’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면이 커지고 환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앱, 터치 스크린 등 기능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역시 충전 후 충분한 거리를 달리려면 혁신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상용화 후 2015년에 이르기까지 용량 증가가 4배에 그치고 있다. 배터리 충전 시간이 2∼3시간 걸린다는 점도 전기차 주행에서 단점이 될 수 있다. 소형화도 문제다. 실제 지금 운행되는 470kg 정도의 초소형 전기차에는 무게가 100kg 이상 되는 배터리가 들어 있다.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강원 춘천까지 거리인 100km를 이동할 수 있는 성능이다.

과학자들은 충전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이고, 효율은 지금보다 2배 높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소재 기술이 중요하다. IT 기기 배터리의 용량 향상은 주로 전지 설계나 공정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소재부터 비약적인 용량 향상을 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소는 안전성이다. 단 하나의 배터리 불량으로도 심각한 에너지 효율 저하가 일어난다. 더구나 배터리 불량으로 폭발 사고와 같은 위험이 있다.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사고도 치명적일 수 있다. 배터리 자체 안정성을 높이는 건 앞으로 배터리 업체들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배터리는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020년 D램 시장, 2025년 디스플레이 시장을 뛰어넘는 1,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청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청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소재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집중 공략해 자동차용 배터리 매출을 작년 7,000억원에서 올해 1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릴 방침이다. 삼성SDI는 올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1회 충전하면 최대 600km까지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셀을 선보이는 등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 이노베이션도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를 생산하는 독일의 다임러그룹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본격 가세했다.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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