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中·日·대만 협공… 애플쇼크에 가격급락… 1분기 실적 예상치보다 크게 떨어질 수도

■ 안갯속에 빠진 한국 반도체산업

3국 합작으로 대규모 투자… 한국 강점 메모리시장 공략

가격도 최대 20% 추가 하락… 2분기엔 환율 악재도 예상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인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을 타도하기 위한 중국·일본·대만 등 주변 3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고 스마트폰 및 PC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뉘고 있다. 당장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속될 경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공 시작한 중국·일본·대만=중국·일본·대만 연합군 및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공개적으로 타도 한국을 외치고 나섰다.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 플래시로 나뉘는데 양쪽 모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 모습이다.

D램 부문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설계업체 시노킹테크놀로지(시노킹)이 최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정부와 공동으로 70억달러(약 8조3,300억원)를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설계는 일본이, 양산은 대만이, 자본은 중국이 대는 방식인데 오는 2017~2018년 완공될 공장에서는 반도체 기판이 월평균 10만장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번에 세계 3위 규모로 뛰어오를 수 있는 물량이다. USB 메모리나 외장 디스크 등에 사용되는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일본 도시바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33%)에 이어 점유율 2위인 도시바(18%)는 2018년까지 3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8,000억엔(약 8조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도시바는 의료기기 자회사와 백색가전 등 사업 부문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 반도체 부문에 집중해 삼성을 따라잡겠다고 나섰다. 우선 생산 거점인 요카이치 공장에 여섯 번째 공장을 짓기 위해 3,600억엔을 투입,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17년부터 3차원 구조(3D) 낸드 플래시 양산에 나선다.

주변국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국내 기술이 월등히 앞서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수석은 "중국·일본·대만의 공장이 D램을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시기는 2~3년 후가 될 것"이라며 "양산되는 제품 역시 기술 격차가 국내와 1년 이상은 나기 때문에 큰 위협 요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바의 낸드 플래시 투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2013년에 양산에 들어간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미 한 세대 정도는 앞선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업체들의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저전력 사물인터넷(IoT)용 중저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경쟁국들이 집중할 경우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갈수록 바이어들이 여러 국가를 거치지 않고 필요한 물품을 사는 시대가 오는 상황에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양산 소식은 주변국인 한국에는 큰 악재"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이 아닌 만큼 규모의 경제면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경쟁력에 경고등이 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쇼크에 이른 D램 가격 약세…1·4분기 실적 먹구름=스마트폰과 PC에 많이 쓰이던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애플 쇼크'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 스마트폰 및 태블릿 보급 확대에 따른 PC 수요 감소로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 3기가 제품은 최근 전년 대비 7%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DDR 4기가는 약 21%의 가격 하락세를 기록했다. DDR3보다 DDR4가 올해 주력 제품이라는 점에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가격 하락세에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박성욱 사장이 메모리 반도체시장 업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1·4분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기근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1·4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치는 3~4월에 걸쳐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4분기 환율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2·4분기에는 역으로 환율 악재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 역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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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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