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청년문제 수술 없인 저출산 탈출도 없다


작고한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게리 베커 전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책 '가족에 대한 논문(A Treatise on the Family)' 중에는 '아이에 대한 수요(The Demand of Children)'라는 챕터가 있다. 각 가정이 아이를 몇이나 낳을 것인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분석했는데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소개하자면 이렇다.

먼저 전제. 아이는 시장에서 사올 수 없고 가정 자체에서 생산해야 한다. 키우는 데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특히 엄마)의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대신 부모는 아이를 양육함으로써 행복감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먼 훗날 자식에게 생활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가정의 소득과 시간은 한정돼 있다. 각 가정은 이 중 양육에 얼마를 쓰고 양육이 아닌 생활에 얼마를 써야 효용이 극대화하는지를 판단해 아이 낳는 숫자를 결정한다. 그 결과 양육에 드는 비용이 크다면 아이를 적게 낳으려 할 것이고 양육을 제외한 생활 물가 전반이 비싸도 역시 아이를 적게 낳고자 할 것이다. 또한 고소득 부모라면 아이 낳기와 양육보다는 일에 시간을 투입할 것이고 반대라면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낳고자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베커는 아이의 '양과 질'을 나눠 봤다. 현대 사회의 부모들은 아이의 장래를 위해 좋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기 마련이다. 아이끼리의 경쟁이 심한 사회의 부모라면 아이를 적게 낳아 교육비를 집중 투입하려 할 것이고 반대의 사회라면 같은 비용으로 아이를 더 많이 낳아 더 큰 행복을 얻고자 할 것이다.

베커 교수의 이 같은 분석은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 사회의 출산율을 설명하는 데도 잘 맞는다. 양육에 드는 비용이 높고 주거비를 비롯한 생활 물가가 높고 경력 단절로 인한 노동 시장 퇴출을 우려하는 엄마들이 많으니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유난스러운 교육열은 부모들로 하여금 '적게 낳아 자원을 집중 투입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한다.

이 때문에 저출산에 대한 정부 대책도 양육비를 덜어주고 다자녀 가정의 생활비를 보조하는 한편 선행학습 등의 무리한 사교육을 제한하고 '경단녀(경력단절녀)'를 줄이는 쪽으로 지속 개발됐고 시행됐다.

그런데도 왜 한국의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을까. 한국 사회에는 베커 교수가 다루지 않은 또 하나의 저출산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청년 문제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하느라 졸업이 늦고 취직자리도 비정규직이 태반이다. 취직을 해도 혼자 힘으로는 신혼집을 해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결혼을 못하거나 늦게 할 수밖에 없다. 어렵사리 결혼하는 신랑·신부의 평균 연령은 34세와 32세. 그때 결혼해 어느 세월에 둘을 낳고 셋을 낳겠는가.

출산율을 높이려면 청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나오는 청년수당이나 청년고용할당제 등의 공약은 겉에만 약을 바르자는 것이다. 근본적인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보다 과감한 청년 공약이 나와야 한다.

/맹준호 정치부 차장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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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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