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알파고 쇼크' 富의 집중화 부른다-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쯤 되면 가히 '알파고 신드롬'이라 불릴 만하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많은 얘기를 하고 있지만 필자는 한 명의 경제학자로서 우려되는 몇 가지 사항들을 지적하고 싶다.

먼저 인공지능의 범용성이다. 우리 인간은 아무리 똑똑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성장하면 결국은 한 전문 분야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파고의 경우는 다르다. 컴퓨터의 용량만 늘리면 무한히 다양한 분야로 적용이 가능하다. 이번에 알파고를 가지고 세계를 놀라게 한 데미스 허사비스도 따지고 보면 알파고의 능력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한 장으로 바둑을 택했을 뿐 알파고의 능력을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 분야에만 국한할 리가 없다. 사실 그는 이미 인터뷰에서 "어디에서도 쓸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인공지능의 경우 종국에는 가장 우수한 인공지능 한 개가 다른 모든 프로그램을 압도해버린다는 사실이다. 서부의 총잡이 두 명이 권총 대결을 벌인다고 가정하자. 한 명이 권총을 뽑는 속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0.1초가 빠르다면 이 대결은 100번 싸워 90번 이기는 게 아닌, 100번 싸워 100번 이기는 승부가 돼버린다. 마찬가지로 알파고의 인공지능 능력이 다른 경쟁자, 예컨대 IBM의 왓슨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우월하다고 가정하면 앞서 얘기한 범용성의 논리 때문에 결국에는 알파고가 왓슨이 진출해 있는 의료 분야로 진출할 것이고 의료 분야도 마침내는 장악해버릴 것이란 논리가 된다.

의료 분야뿐이겠는가. 인공지능이 진출할 수 있는 모든 분야는 결국 가장 우수한 한 개의 프로그램이 지배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논리를 따라가면 인공지능이 앞으로 창출할 엄청난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과실이 종국에는 한 개의 기업체에 돌아가게 된다는 끔찍한 논리에 도달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많은 직업을 대체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미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위의 논리들을 적용하면 단순한 인간들의 직업 몇 개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선 '부의 집중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일 이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우리는 어떠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까.

분명한 사실은, 인공지능의 시대로 접어들수록 부의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과 따라서 더욱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천재급 인력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우수한 인력들이 우리나라로 몰리기보다는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하에서는 단순히 뒤늦게 인공지능 연구개발(R&D)에 몇 조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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