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버려진 전화기


버려진 전화기-권예자 作

그녀가 하는 일은

남의 말 들어 주는 일

남의 말 전해 주는 일

듣고 본 것 많아도 입 다물고

시앗 여럿 보아도 시샘하지 않았지

사람들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들뜨고 화가 나도 그녀를 찾았지

들어 주는 일로 평생을 소일하다

청력을 잃은 어느 날

그렇게 들고나던 사람들이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지

주인은 죄 없는 그녀를 패대기치더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지

하지만 그녀는 버림받고 나서야

난생 처음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지

복지 시설에 여생을 의탁한

이웃집 그 여자


누구라도 알 것 같은 저 여자. '슬프거나 기쁘거나 들뜨고 화가 나'서 내뱉는 어떤 말도 들어주던 사람. 공기 같고 물 같아서 가까이 보살펴 줄 때는 모르다가 잃고 나서야 소중한 줄 알게 되는 사람. 뒤늦게 머리 주억거리며 글썽이게 하는 사람. '버려진 전화기' 말고도 '새 전화기'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여자. 엄마, 누이, 아내, 바로 당신! <시인 반칠환>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