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비대해진 우리는 변화에 둔감했다"… 최길선 현대重 회장, 통렬한 반성문

창립 44주년 하루 앞두고 사내 게시판에 담화문 띄워

노사 화합·체질개선 강조


"최근 10년 동안 비대해진 우리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직언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최길선(사진) 현대중공업 회장이 창사 44주년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솔직하고 통렬한 반성문을 보냈다. 동시에 위기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놓으며 노사가 함께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2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최 회장은 창립 44주년을 하루 앞두고 권오갑 사장과 공동명의의 담화문을 사내 게시판에 띄웠다.

최 회장은 담화문에서 "과연 지금도 세계 1등 회사인지, 각 사업이 국내 1위 자리라도 지켰는지를 생각해보면 안타깝다"며 호시절 위기를 대비하지 않고 안일했던 과거를 반성했다.

특히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조선업 불황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내부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수주를 못 하는 이유는) 세계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선주들이 발주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품질이 좋지 않아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수주하는 순간 손실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떨어진 경쟁력도 문제"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노조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조를 직접 비교하며 노조 이기주의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삼성중공업 노조는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채권단에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까지 제출했다"며 "우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를 했지만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다"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 가려 하는데 이는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 너무 다른 모습"이라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회사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돌아가면서 받던 포상제도를 손질해 성과 있는 직원에 합당하게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직원 복지와 단협사항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사업본부 대표에게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조직·시설·인원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생존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정주영 창업자님의 15주기를 맞아 묘소 앞에 선 순간 우리의 자만심과 나태함으로 회사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 혹독하게 시련을 주시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이제 정신 차리고 힘을 모아 회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주시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자. 이제 잘하는 것처럼 꾸미지도 말고, 돌아가거나 회피하지도 말자"면서 "힘들지만 어려운 고비를 힘을 합쳐 넘어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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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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