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4의 물결 새로운 패러다임] '시공간의 벽' 허문 VR… 의료서 교육·레저까지 삶을 바꾼다

1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것 <4> 가상현실(VR)이 만드는 또다른 세상



치료·콘서트 등에 활용… '사진→영화' 이상의 변혁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 "스마트폰 대체할 새 수요처"

삼성전자·구글·페이스북·애플 이미 선점경쟁 치열

정부도 1,850억 투입 'VR 신산업 플래그십' 추진


지난 22일 한국토요타의 4세대 프리우스 출시 행사에서는 색다른 코너가 준비됐다. 프리우스에 앉아 삼성전자와 미국 오큘러스가 함께 만든 가상현실(VR) 체험 제품 기어VR를 착용하고 간접적으로 주행성능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달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신형 i20 경주용 차량을 바탕으로 한 WRC 4차원(4D) 시뮬레이터를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기어VR 스튜디오'와 'VR 4D 상영관'을 운영했다. 방문객들은 기어 VR와 4D 의자에 앉아 롤러코스터를 체험할 수 있었다. 2,500여명이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한 축인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의학에서부터 교육·게임·여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해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업체들 역시 새로운 대안으로 VR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 그다음은 VR=VR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창조된 가상의 세계를 말한다. 인간의 오감 중 시각과 청각·촉각 등을 통해 실제 그 환경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1980년대 처음 등장했고 1990년대 중반 일본 닌텐도 '버추어 보이'가 등장하면서 상용화됐다. 과거에는 항공훈련이나 군사훈련·의료수술 등 현실로 구현하기 힘들지만 꼭 필요한 특수 분야에서만 VR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LG전자·SONY·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개인용 VR 기기를 개발하면서 일상생활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VR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인류의 삶을 스마트폰 이후 가장 획기적으로 변혁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VR 공간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은 물론 여행·교육·영화·공연·의학·군수 등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끝이 없다. VR를 활용해 미래에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체험해보거나 사진이 아닌 타임머신을 타고 실제 현장에 간 것처럼 볼 수 있고 가상의 여자친구는 물론 특정 공간에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미 미디어 산업에서는 넥스트VR와 같은 360도 VR 영상 제작 전문기업이 등장하면서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생중계하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도 VR를 활용해 고소공포증 치료는 물론 뇌경색에 따른 특정 부위의 운동능력이 약해진 환자의 치료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진이 영화로 변혁한 것 이상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VR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VR 기기 출하량은 올해 48만대 수준에서 오는 2019년 262만대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VR 기기 및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67억달러에서 2020년 7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디지털캐피탈은 전 세계 VR 시장이 연 35%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4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1,500억달러(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VR 전쟁 중=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미 VR 시장 선점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구글·페이스북·소니·애플 등 주요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VR 기기는 가격이나 성능에 따라 크게 3개 등급으로 나뉜다. 컴퓨터나 게임기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최상위 등급 '슈퍼 VR'에서는 페이스북이 인수해 유명세를 탄 미국 '오큘러스 리프트', HTC의 '바이브', 소니의 '프로젝트 모피어스' 등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미디엄 VR'에서는 삼성전자가 오큘러스와 협력해 만든 '기어 VR'과 구글의 '카드 보드', 중국 북경폭풍마경과기유한공사의 '폭풍마경' 등이 대표적이다. 최하위 등급인 '캐주얼 모바일 VR'는 별도 기기 없이 스마트폰만 활용해 VR를 체험하는 기술로 삼성전자·LG전자·애플·소니·구글·HTC 등이 연구 중이다. VR 기기를 활용해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솜니악의 버들리는 VR 기기 자체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VR에 활용할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제품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의 '기어 360' 외에 액션캠의 대표주자 고프로 등이 소프트웨어 업체 스티칭과 칼라 등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VR 기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등이 사용된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정체로 어려움을 겪는 전자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VR에 뛰어드는 이유다. 정부 역시 VR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가상현실 신산업 플래그십'을 추진하고 있다며 VR 플랫폼, VR 게임 체험, VR 테마파크 등에 향후 3년간 1,8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는 VR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VR 시장은 VR 기기 보급에서 VR 카메라, VR 콘텐츠로 장기간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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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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