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협업·학습하려는 자세 배워라

<20> 알파고 승리의 교훈

알파고, 1,202대 CPU 협력 산물… 끝없이 배우는 자세도 본받을 만

인간, 자의식 가진 유일한 존재 AI 스태프로 쓸 지혜 키워야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에게 충격을 줬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 전 이세돌의 우세를 점쳤다. 그가 지고 나니까는 갑자기 여기저기서 "알파고의 승리를 자신은 미리 예상했었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인간의 패배에 갑자기 서글퍼진다는 이들도 나타난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바둑이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지만 역시 유한한 게임이다. 이런 경우 결국 중요한 것은 계산을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하는가다. 1,202대의 컴퓨터와 한 개인의 브레인 싸움에서 인공지능이 이긴 것이다. 아무리 복잡한 계산이라도 유한한 것은 유한한 것이다.

둘째, 협업을 할 줄 아는 알파고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1,202대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서로 다투지 않고 협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1,202명의 훈수쟁이와 한 명의 인간이 싸워 불공정했다고 한다. 이런 비판은 본질을 놓쳤다. 인간이 1,202명의 훈수쟁이를 데리고 슈퍼컴 한 대와 싸우면 이길 것 같은가. 아마 서로 욕질하고 싸우느라 볼 일 다 볼 것이다. 의견수렴을 소리 없이 한다는 것이 인간사에서는 불가능이다.

셋째, 알파고의 학습능력은 대단하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세돌에게 도전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하루에 몇 만번의 학습으로 일취월장한 것이다. "인간은 배우기를 원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상학'이라는 책 1권 1장 1절에서 말하는 첫 문장이다. 이제 인간보다 더 잘 배우는 인공지능 앞에서 인간은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배우려고 마음먹은 존재를 이길 길은 없다.

이제 우리는 알파고에서 승리의 비결을 배워야 한다.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하는 방법, 협업할 줄 아는 능력, 배우려는 자세를 말이다. 그러면 이제 알파고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것인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알파고는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전기에서 얻고 인간은 바이오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 차이는 알파고는 쾌락과 고통을 느낄 줄 모른다는 것이다. 여러 빅데이터를 넣어두고 센서를 달아두면 인간의 고통과 쾌락을 흉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흉내 내기다. 고통과 쾌락을 스스로 느낄 줄 모르면 감정도 모두 가짜(fake)다. 진정한 감정을 느낄 줄 모르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 만약 "인간 중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중국의 철학자 맹자가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있는 네 가지 감정,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생식세포를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증식시켜 나간다. 자신과 다른 존재의 DNA를 반씩 나눔으로써 새로운 자손을 이어간다. 완벽한 복제도 아니고 완전한 변이도 아닌,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존재가 다양성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인간은 돌연변이를 한다. 실수도 한다. 실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자신의 실수를 먼저 알아차리고 스스로 고치고 다시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존재가 바로 군자라고 공자는 갈파한다. 다양성과 실수 가능성이 인간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셋째, 자의식을 가져라.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존재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고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지혜다. '나는 누군가'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우리 회사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이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는 사람만이 깨어 있는 자의식을 가진 존재다. 인간만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계산만 할 줄 아는 알파고를 스태프로 쓸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존재가 되라. 비즈니스는 영혼을 가진 인간을 매니지하는 철학을 가지는 것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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