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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위기를 넘어서려면 개인의 합리적 이익은 극대화하되 공동체 이익은 해치지 않는 시민정신이 구성원 의식의 공통분모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유민봉(58·사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마련한 '환경포럼'에서 산업화·민주화와 함께 '시민화'가 완성돼야 국가의 지속 발전이 가능해진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지난해 초까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맡아 현 정부의 국정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출범 당시 내건 정책 슬로건 '새 시대'는 과거 집단 중심의 성장이 아닌 개인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유 교수는 설명했다. 국정 청사진에 '행복' '맞춤형'이라는 용어가 유달리 많이 쓰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과거 국가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과 동일시하던 인식은 오래전에 사라졌다"며 "개인의 발전과 행복이 모여 국가 성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정 운영 중심축도 개인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화 이후 정부의 대응력,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계에 와 있고 집단·가족·학교 등 조직 내 장(長) 중심의 구심력은 무너져 지금은 원심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유 교수는 "전통적 질서가 붕괴되는 가운데 개인들의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면서 그 틈에서 각자도생의 논리만 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시장·시민사회 등이 국가를 이루는 부품이라고 본다면 부품의 완성도와 표준화 수준이 높아지고 국정 설계 및 제도 같은 표준화된 시스템이 잘 어우러질 때 국가의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가 말하는 표준화는 인식의 공통분모를 의미한다. 그는 "우리 사회는 정부·기업·학교 등 모든 조직이 돌아가는 방식과 관행이 제각기 다르다 보니 조직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다"며 "사회의 공통분모가 늘어날수록 대화가 가능해지고 이익·이념에 따른 대립과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시스템 설계와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 같은 공통분모가 만들어지도록 다양한 문제들에 과감히 과학기술을 적용하고 시민들이 법과 제도를 준수하도록 사회공학적 정책을 세우는 등 국가 시스템 일관성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 교수는 "우리 사회는 전체를 보는 데만 익숙해져 있는데 서구 선진국처럼 전체를 구성하는 작은 것들의 관계를 주목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무엇을 하느냐에 앞서 개인과 개인의 소통과 합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의 법칙(기준)'을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정신에 상호존중과 상생의 기제(機制)가 있다"며 "이것이 세대를 넘어 갈등을 해결하는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