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신한 '시스템 경영' 정착… 글로벌 금융사 도약 이끌어

임기 1년 남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성과

계열사 협업 '하나의 신한' 강조… 비은행 계열사 이익비중 42%로

은행에 편중된 경쟁사와 차별화… 베트남 등 해외 진출도 안정적

조용하지만 묵직한 리더십 빛나… 잡음없는 후계구축이 남은 숙제



5년 전인 2011년 초. 신한 사태의 혼란을 딛고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금융계에서는 한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임인 라응찬 전 회장이 보여줬던 제왕적 리더십의 잔상이 워낙 강했던데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김승유(하나금융 전 회장), 이팔성(우리금융 전 회장), 어윤대(KB금융 전 회장) 등 금융계를 이끄는 수장들이 대부분 선이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이 흐른 현재 가장 명예로운 모습으로 금융계에 굳건히 남아 있는 사람은 한 회장뿐이다. 제왕적 경영이 아닌 시스템으로 신한을 이끈 한 회장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리더십이 재조명 받는 이유다.

신한금융을 5년간 이끌었던 한 회장이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6년차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다. 지주 회장과 사장, 은행장이 대립했던 '신한 사태'의 혼돈 속에서 창립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신한금융은 한 회장 취임 이후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일동포들이 세운 소규모 은행으로 출발해 몸에 밴 '전투력'으로 1등 금융회사 자리에 오른 신한은 한 회장 취임 이후 지배구조 리스크가 줄었고 정치적 영향력이나 계파가 아닌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2011년 한 회장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당기순이익 1위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특히 신한금융의 실적은 카드·생명·금융투자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이익 비중이 42%에 달해 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된 다른 금융지주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계열사 전체가 어우러지는 '하나의 신한'을 구축해왔던 한 회장의 성과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는 은행과 증권의 협업 모델인 PWM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저금리로 은행에서 빠지는 자금이 증권 계열사로 자연스럽게 이전됐다. 한 회장은 "최근 3년 동안 은행에서 금융투자로 소개한 자금이 3조5,000억원 정도 되고 PWM이 협업해 신규로 유치한 것이 4조5,000억원"이라며 "협업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았다면 3조5,000억원의 자금이 외부로 유출됐을 텐데 협업 체계 덕분에 그룹에 남아 있게 됐고 오히려 신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에서의 성공으로 시작해 미얀마·멕시코 등으로 뻗어나가는 신한금융의 글로벌 진출 역시 타 금융회사와 비교했을 때 안정적이다. 특히 베트남 시장에서는 신한은행이 외국계 은행 가운데 HSBC 등 글로벌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도 나란히 진출해 그룹 시너지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표면적인 성과 외에도 한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지주 회장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으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운영하는 신한의 시스템 경영이다. 다른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스스로 힘을 빼고 계열사 CEO들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금융 업계에서 처음이 아니었다 싶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그러면서도 균형 잡힌 인사를 통해 신한을 적절히 리드해갔다. 서진원 전 행장 유고 당시 조용병 행장을 깜짝 발탁한 것이나 최근 신한생명 사장으로 보험 전문가인 이병찬 사장을 임명한 것을 보면 잡음 없는 신한을 만들기 위해 한 회장이 얼마나 치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명예로운 퇴임이 1년 남은 가운데 한 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는 균형 잡힌 후계 구도 구축을 통해 한 회장이 없는 신한금융을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신한 사태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됐지만 여전히 신한 안팎에서는 후계구도를 둘러싼 암투가 상당하고 신한을 쳐다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킨 한동우 식 경영의 마지막 방점이 어디에 찍힐지 금융계 전체가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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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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