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대重 노조, 텅빈 도크 보고도 전환배치 거부하나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이 전환배치 및 정치행보를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지역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22일 담화문에서 “노조가 회사를 분열과 대립 구도로 가져가려 한다”며 “어떻게든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를 실시했지만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다”고 노조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때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현대중공업은 저가수주와 무리한 플랜트 시장 진출로 2년 연속 적자에 영업손실만도 4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심각한 수주가뭄으로 도크마저 텅 비어버릴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남들처럼 해외수주를 따내려고 발로 뛰기는커녕 전환배치마저 안 된다며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보유주식과 부동산을 내다 팔아 임금을 올려달라고 생떼를 쓰고 퇴직자에게도 평생 호텔 할인권을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일삼고 있다는 소식에는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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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전환배치를 요구한 것도 사업부문별로 수주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강성으로 불리던 자동차 노조에서도 고객 수요에 맞춰 자유롭게 생산라인을 바꾸는 데 앞장선 게 오래 전 일이다. 경영진과 간부들은 지난해 임금을 반납하고 감원까지 감수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는데도 생산직만 무풍지대로 남겠다는 배부른 소리나 늘어놓으니 지역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경쟁상대인 일본 조선업계는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글로벌 1위를 탈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회사가 백척간두에 몰린 지금은 노사가 똘똘 뭉쳐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방만한 복지제도를 개선하면서 오직 경영 정상화에만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잖아도 “세상 변화에 둔감했다”는 말은 현대중공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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