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변호사비 계좌이체도 현금영수증 발급하라는 大法

최근 변호사 수임료나 학원비 등을 인터넷·폰뱅킹, 무통장입금을 통해 납부하는 경우가 흔해졌지만 현금영수증을 발급받기는 쉽지 않다. 세원노출을 꺼린 변호사나 학원 등에서 영수증을 잘 떼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변호사 업계는 은행계좌로 수임료를 받는 것은 신용·직불카드 거래와 같다며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엊그제 대법원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계좌이체도 현금거래의 일종이라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M씨가 ‘계좌이체로 받은 변호사비의 현금영수증을 주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 대한 판단이다. 2심 판결을 뒤집은 이번 결정은 대금을 계좌 이체해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현금영수증 발급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등의 소득을 양성화해 세금탈루 방지와 과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현금영수증 발급제도 도입취지와도 맞다. 변호사 등이 고객의 현금영수증 발급 요구를 거부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5년 전 현금거래가 많은 47개 업종을 선정해 고객 요구를 불문하고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했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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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미발급으로 적발된 위반사례가 지난해에만도 4,900건을 넘는다. 부과된 과태료도 80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번 대법 결정은 이런 위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국세청도 대법 판결을 반기는 분위기라니 적극적인 단속을 벌여 고소득 전문직의 고질적인 ‘영수증 기피증’에 제동이 걸리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탈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고소득층의 세원이 한층 투명해지고 세수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줄줄 새는 고소득층의 탈루는 놓아둔 채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만 터는 과세행정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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