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글로벌 포식자' 中 입맛만 다시나

각국 규제·기업 견제 심리 고조

대형 해외 M&A 잇단 제동





전 세계에서 기업들을 먹어치우고 있는 ‘차이나머니’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 M&A에 뛰어들었다가 최종 계약에 실패한 경우가 올해 들어서만도 4건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 의회가 중국 기업의 해외 M&A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관심을 끌었던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에 반대 움직임을 보여 중국이 시도하는 또 하나의 대형 합병이 성패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찰스 그래슬리(아이오와) 공화당 상원의원이 중국 켐차이나(CNCC)의 신젠타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종자회사인 신젠타는 북미 최대의 살충제 공급회사이자 미국 대두종자 시장의 10%를 장악한 곳으로 신젠타가 중국 국영기업 손에 넘어갈 경우 미국의 식량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켐차이나와 신젠타는 지난달 430억달러(약 50조2,000억원) 규모의 M&A에 합의하고 미 재무부 산하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CFIUS는 미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외국 기업 투자를 심의하는 기구로 지금까지 적잖은 글로벌 M&A가 CFIUS의 반대에 부딪치거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무산됐다.

안방보험 스타우드 인수 고배 등

올들어 벌써 4건 최종 계약 실패


특히 최근 공격적인 해외 M&A를 추진해온 중국 기업들은 CFIUS의 집중적인 심의 타깃이 되면서 다 된 계약이 성사 직전에 파기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올 1월에는 필립스가 자회사인 루미레즈 LED 조명 사업을 중국 GSR벤처스 등으로 구성된 투자펀드에 매각하려던 계획을 철회했으며 반도체 업체 페어차일드도 지난 2월 CFIUS의 규제 우려 때문에 중국 차이나리소시스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후아캐피털매니지먼트가 제시한 26억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가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 웨스턴디지털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미국 포천은 2011~2013년 CFIUS가 심의한 193건 가운데 38건의 M&A가 파기 또는 철회됐으나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 장벽은 이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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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도

美 의회 반대여론에 위기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FIUS가 지금까지 식량안보와 관련해 M&A를 저지한 사례는 없으며 켐차이나-신젠타 건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일으킬 만한 뚜렷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관련부처와 정치권이 이번 인수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만일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까지 벽에 부딪칠 경우 미 당국의 경계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중국발 글로벌 M&A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당국뿐 아니라 업계의 중국 견제심리도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최근 중국 안방보험은 메리엇이 사들이기로 한 스타우드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메리엇이 다시 인수가격을 높이면서 고배를 마셨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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