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플라스틱은 철을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가 됐다. 탁월한 경제성과 가공 편의성을 무기로 현대인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소재로 자리매김한 것. 항공기와 자동차,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에서의 의존도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다. 자신이 대체한 여타 소재들과 달리 손상 시 수리가 매우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균열로도 내구성이 급전직하한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어버너-섐페인 캠퍼스의 낸시 소토스 박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찾고 있다. 연구팀의 목표는 스스로 균열을 보수하는 스마트 플라스틱의 개발이다.
1990년대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자체 복구되는 합성소재를 개발 중에 있는데, 이를 선박이나 항공기, 교량, 풍력발전기 등의 금속 구조물에 코팅하면 대폭적인 수명 증진을 꾀할 수 있다. 흠집과 균열이 자가 복구되는 스마트폰의 제작도 가능하다.
연구팀의 스핀오프 기업인 오토노믹 머티리얼즈가 판매 중인 초기 제품의 경우 내부에 마이크로 캡슐이 들어 있다. 플라스틱에 흠집이 나면 이 캡슐이 깨지면서 수지와 촉매가 방출돼 그 자리를 메운다.
“기존의 코팅 소재는 흠집이 나서 벗겨지면 그 부위에 녹이 습니다. 반면 저희 플라스틱 코팅제는 알아서 흠집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마이크로 캡슐은 자동차 범퍼나 항공기 날개처럼 전체가 플라스틱인 제품에는 사용이 어렵다. 캡슐이 1회용인 탓이다. 이에 소토스 박사팀은 연속적인 복구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연구 중이다.
“현재 개발된 플라스틱은 내장된 복구물질의 전달 통로가 많습니다. 실험 결과, 동일 지점에 생긴 흠집을 30차례나 완벽히 복구했습니다. 다만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 범퍼나 항공기 날개에 쓰이려면 20년은 더 기술 고도화가 필요합니다.”
소노스 박사팀 외에도 자가 복구 플라스틱을 개발 중인 연구팀은 또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멜릭 데미렐 박사팀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선 촉매를 내장하는 대신 물이나 열에너지, 압력에 의해 복구가 진행되는 시제품을 내놓았다.
이 플라스틱의 단백질 구조는 오징어의 치아를 모방했다. 오징어의 치아는 손상 시 깨진 수소 결합을 복구해 자체 복구된다. 덕분에 복구된 플라스틱도 원래의 화학적 성분과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개껌과 레고에 실험해 봤는데, 심해 광케이블에 적용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자가 복구 플라스틱은 우주공학 분야에서의 활용성도 크다. 미시건대학의 고분자공학자인 스코트 자바다 박사는 고분자층 안에 공기 반응 액체를 삽입한 물질을 구상 중이다. 고분자에 금이 가면 이 액체가 우주선 내부의 공기와 반응해 1초 내로 경화(硬化)되는 구조다. “우주쓰레기와의 충돌위험이 큰 인공위성이나 외계 식민지 거주구의 소재로 유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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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믹 머티리얼즈의 자가 복구 플라스틱이 메울 수 있는 구멍의 최대 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