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같은 왜소 행성은 우주공간에 흔하디흔하다. 반면 국제천문연맹(IAU)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정식 행성은 태양계에 8개뿐이다. 그런데 지난 100여년간 상당수의 천문학자들이 태양계의 9번째 행성, 이른바 ‘플래닛 X(Planet X)’의 그림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공대의 천체물리학자 마이크 브라운 박사가 그 대열에 동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왜소행성 ‘에리스(Eris)’를 발견,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다.
“태양계 외곽에 거대 행성의 존재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거대 행성은 해왕성과 덩치가 유사하다는 의미며, 태양계 외곽은 명왕성보다 10~20배나 멀리 있다는 뜻입니다.”
브라운 박사가 천문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그는 카이퍼 벨트에서 동일한 각도로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는 6개의 왜소행성을 발견했다.
“서로 다른 속도로 돌고 있는 시계바늘을 상상하면 됩니다. 우연히 그렇게 될 확률은 1만5,000분의 1(0.007%)에 불과해요.”
브라운 박사는 같은 대학의 이론 천체물리학자 콘스탄틴 바티긴 교수에게 이런 현상을 일으킨 원인 규명을 요청했다. 1년간의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바티긴 교수의 대답은 지구보다 10배 큰 질량을 가진 행성의 중력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올 1월 수학적 증거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프랑스 코트다쥐르 천문대의 행성과학자인 알레산드로 모르비델리는 “이런 이례적 현상을 일으킨 범인이 행성임을 입증한 신뢰성 높은 첫 번째 연구”라고 두 사람의 논문을 평가했다.
남은 과제는 플래닛 X를 직접 발견하는 것이다. 브라운 박사는 이에 필요한 천체망원경의 활용 권한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는 홀로 플래닛 X를 찾고자 하지 않는다. “저희 논문은 누구나 볼 수 있는 로드맵입니다. 저는 발견자가 되기보다는 정답을 알고 싶습니다.”
왜소 행성 (dwarf planet)
국제천문연맹의 분류 기준에 따라 다음 4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천체. 1.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2. 원형을 유지하고 자체 중력을 지니기에 충분한 질량을 가진다. 3.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를 끌어들일 정도의 중력은 갖지 못한다. 4.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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