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토요와치] 주택시장 '초니치' 열풍..."아파트도 취향저격"

■틈새평형

59㎡·84㎡ 등 일반평형 아닌

69㎡·71㎡·75㎡도 만들어

3인 가구 맞춤형 주택 공급

■특화설계

대학가엔 분리세대 도입하고

가족 위한 개방형 실내 구현

여심·키즈 겨냥 시설도 늘어






지난 2013년 분양한 한라건설의 ‘북죽곡 한라 비발디’는 최고 8.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하지만 사업 초기만 해도 시장은 이 아파트 분양 결과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무엇보다 아파트가 위치한 대구 달성군 세천지구는 당시만 해도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 만큼 ‘핫’한 지역이 아니었다. 한라건설은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입지와 재테크라는 아파트 분양의 커다란 두 전략을 내세우기보다 ‘여심(女心) 잡는 아파트’라는 자칫 사소할 수 있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성들의 편안한 휴식과 여가를 누리게 하는 ‘비발디 플라자’, 육아와 가사에 지친 심신을 정화하는 삼림욕장 ‘힐링포레스트’, 가사를 편리하게 해주는 무인 택배 시스템과 다용도실 입식 빨래대 등.

언뜻 보면 누구라도 사용하면 될 것 같은 단지 내 시설은 여성을 중심에 세우면서 여성을 위한 아파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성공적인 분양으로 이어졌다.

■실수요 중심 분양시장 재편…초니치 마케팅의 보편화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초니치(Ultra-niches) 마케팅’이 보편화하고 있다. 초니치 마케팅은 니치(niches)를 더 세분화해 소비자들의 취향과 트렌드별로 나누어 공략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업계에서 주로 쓰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능과 특징을 지닌 특별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사업전략에 반영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바뀌자 수요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한 상품들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초니치 마케팅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 신규 분양 물량이 집중되자 경쟁 단지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이런 방식의 마케팅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대형건설사 마케팅실의 한 관계자는 “상품개발 단계에서부터 해당 지역의 주요 고객층의 성향과 생활 양식 등을 고려하게 된다”며 “예컨대 어린이가 많은 지역의 경우 어린아이를 위한 관련 시설을 강화하는 식으로 변화를 줘 향후 마케팅 전략에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 초니치 마케팅, 틈새 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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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시장에서의 초니치 마케팅은 대개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틈새 평형이다. 틈새 평형은 일반적인 평면인 소형(전용면적 기준 59㎡), 중형(84㎡), 대형(114㎡)이 아닌 69㎡, 71㎡, 75㎡형 등의 세분화된 주택형을 말한다.

예전에는 전체 가구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단지별로 3분의1 이상으로 비중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양이 분양하는 충남 천안시 ‘청당 한양 수자인 블루시티’의 경우 전체 999가구 중 틈새 평형인 73㎡형이 377가구다. 대우건설의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 역시 1,690가구 중 틈새 평형인 62㎡(91가구), 74㎡(367가구)형이 458가구로 구성돼 있다.

박준표 피알페퍼 팀장은 “주택을 구입하는 주 소비층이 4인 가구가 아닌 3인 가구로 변하면서 틈새 평형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며 “70㎡ 안팎의 아파트는 대부분 안방, 거실, 방 2개로 구성돼 있어 3인 가구가 생활하기에 안성맞춤인 점에서 초니치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심’ ‘키즈’…연령·성별에 따른 특화설계도 효과적

여성이나 아이, 노년층과 같이 나이나 성별에 따른 특화설계도 초니치 마케팅 전략의 중요한 요소다. 지난 2013년 삼성물산이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에 도입한 분리 세대형 평면과 이를 활용한 단지 내 무료과외 서비스는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주변에 연세대·서강대·홍익대 등 대학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일부 가구를 부분 임대가 가능한 분리세대형 평면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선발한 래미안 장학생을 2년 동안 분리세대 아파트에 거주하게 하면서 입주자 자녀들에게 영어·수학·미술·음악 등을 가르치도록 했다.

최근에도 여러 건설사들이 특화설계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초 벽이 없는 개방형 공간을 구현해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한 ‘D. House’를 내놨다.

앞으로 ‘초니치 마케팅’은 분양시장에서 중요한 판매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30만~40만가구가 분양되는 상황에서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설이나 설계 등을 가장 앞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대진 유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공급물량이 급증하면서 비슷한 콘셉트로는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없다”며 “여전히 재테크나 입지 등이 주된 마케팅 전략이기는 하지만 틈새를 공략하는 다양한 방안도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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