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계파 갈등의 핵이었던 유승민 의원(무소속)과 또 다른 비박계 거물인 이재오 의원(무소속)의 지역구가 새누리당 무공천으로 확정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5일 의결이 보류된 6곳 중 추경호(대구 달성)·정종섭(대구 동갑)·이인선(대구 수성을) 등 진박 후보 3인의 공천장에만 당 대표 직인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친박계와 일부 타협을 했지만 유승민·이재오 등 거물급 비박계 인사의 당선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당내 입지 확장을 위한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4·5면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5일 오후 4시30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당 최고위원회에서 보류돼 온 6곳의 지역구 가운데 대구 동갑과 달성군, 수성을 3곳을 상정해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을은 토론 끝에 상정하지 않았다”며 해당 지역구는 무공천으로 남겨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당 최고위는 오전 11시30부터 회의를 시작한 후 약 4시간 동안 협상을 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날 결정으로 대구 동을과 서울 은평을에 ‘비박계 심판’을 위해 진박 후보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재만·유재길 후보는 출마가 무산됐다. 대구 동을과 서울 은평을을 각각 지역구로 둔 유승민·이재오 의원은 앞서 당의 결정에 반발해 탈당했지만 해당 지역이 무공천으로 결정되면서 생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이날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대구 동갑과 달성군, 수성을 등 3곳에서는 공천을 추인하면서 출마 무산 위기에 내몰렸던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가까스로 살아 남았다. 이날 합의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추경호·정종섭 등 진박 신인을 살려 내면서 명분을 얻은 반면 김무성 대표는 계파를 위해 언제든 막강한 정치적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재오·유승민 의원을 챙겨 실리를 획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