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2014년의 3.3%에 비해 0.7% 포인트 떨어지고, 정부의 수정 목표치였던 3.1%에 비해서도 0.5% 포인트 낮은 부진한 성적표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성장률 목표를 달성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평가는 정부 내부적으로는 대외 공개한 목표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는 만큼 과도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대외적으로 공표한 수치와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정책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3.3%)보다 0.7%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지난 2012년(2.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4년 12월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 목표로 3.8%를 제시했고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해 내수가 위축되자 지난해 6월 3.1%로 수정 제시했다. 정부는 성장률 목표를 수정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동원했지만 결과적으로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그러나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입수한 기획재정부의 ‘2015년도 정책과제평가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성장률과 관련,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100% 이상 목표를 달성했다”며 ‘우수’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매년 말 분과별로 관리 관제를 점검한다.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은 전체 6개 관리 과제 가운데 첫째 과제인 경기회복 공고화에 속한 항목으로 전체 성과평가 2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수정 목표치였던 3.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실질 성장률을 받았으면서도 ‘우수’라는 자체평가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목표치와 내부적인 목표가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3.1%를 대외적으로 발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연간 성장률 최종 목표를 ‘3.1±0.5%’로 잡았다. 내부적으로는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2.6%의 성장률은 정부가 상정한 성장률 범위의 마지노선이었던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도한 걱정은 경제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책당국의 역할은 정책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고 경제가 선순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외부기관보다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고수하는 이유는 성장률 목표가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정책 목표와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정부의 성장률 목표가 정책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외부에 발표하는 수치와 내부 수치 간 격차가 터무니없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정부의 당초 목표로 삼았던 3.8%와 비교하면 1.2%포인트, 수정치(3.1%)와 비교해도 0.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과거 5~6% 성장할 때 ±0.5%포인트와 2%대 성장을 할 때 ±0.5%포인트는 체감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행태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10개 해외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6%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 없다”며 3.1%의 성장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지난해 재고 효과 1.1%포인트를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은 1.5%포인트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팔리지 않고 쌓여 있던 재고가 올해 성장률을 더욱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책 라인이 안이한 경기 인식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