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브릭스의 마지막 희망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 총리의 지휘 아래, 인도가 한때 눈부신 성과를 내던 브릭스 BRICS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부상하고 있다. By Ian Bremmer


몇 주 전 골드먼삭스 Goldman Sachs는 ‘브릭스펀드’-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던 브릭스 국가들에 투자하는 펀드-의 실패를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브릭스펀드 자산은 2010년 고점 대비 88%나 폭락했다. 투자 손실의 원인은 이제 너무나도 분명해 택시 기사들마저 줄줄 이야기할 정도가 됐다. 비리 스캔들로 얼룩진 브라질-브릭스의 ‘B’-은 연이은 위기로 25년 내 최악의 경기침체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 제재 및 주요 수출품목(에너지) 가치 급락으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브릭스의 ‘R’)는 냉전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볼가 Volga 자동차만큼이나 녹슬고 있다. 한때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중국 경제 역시 개혁 추진이 삐걱거리면서 영하의 기온보다 더 급속하게 식고 있다. 몇 년 전 브릭스에 추가된 남아프리카(이후 브릭스의 소문자 ‘s’는 대문자로 변경됐다)는 언급할 가치마저 없을 정도다.

현재 브릭스 중 건재한 국가는 인도가 유일하다. 인도는 오랫동안 잠재력은 높지만 성장이 미약한 국가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향후 몇 년 내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주요국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2016년 인도의 GDP 성장률은 중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인 7.5~8%로 예상된다(물론 훨씬 낮은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1억 7,000만 명 이상의 인도인들이 하루 1달러 90센트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2014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인도(1,596달러)의 5배 이상이었다). 또 국토의 상당 부분이 아직 미개발 농촌 지역으로, 농업 관련 직업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인도는 단시일 내에 산업화 · 도시화를 이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인도가 최근 주요 경제 트렌드의 수혜를 입고 있다. 우선 수출의존도가 크지 않아 여타 지역의 경기둔화에 대한 취약성이 높지 않다.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국으로서 지난 몇 년 간 급락한 원자재 가격으로 상당한 혜택도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개혁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인도 경제가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개혁 덕분에 인도에 대한 민간투자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개방됐다. 인도는 향후 몇 년 간 신흥국 가운데 가장 대단한 성공 신화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통해 강한 리더십, 부패 없는 정부, 카스트 · 종교에 상관없는 모든 국민을 위한 경제 급성장 등을 약속하며, 도시와 농촌 지역 유권자 모두에 지지를 호소했다. 그 결과 모디가 속한 인도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얻는 의회다수당이 될 수 있었다. 이후 모디총리는 기업환경 개선, 경제개발 가속화, 정부 효율화 등에 필수적인 개혁을 전반적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자리에서 진솔한 연설을 통해 성불평등에서 화장실 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밝혀 대중을 놀라게 하거나 지지를 얻어냈다. 또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활용, 급증하는 중산층 청년 인구와 교감을 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와 국민당의 계획에도 차질은 있었다. 작년 초 시행된 델리 Delhi 주 의회선거와 가을에 있었던 비하르 Bihar 주(인도 북부에 위치한 주)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모디 총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국민당과 연립여당이 장악한 곳은 전체 29개 주 중 11개 주에 불과했다. 인도 상원은 주 의회에 의해 간접 선출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당은 향후상당 기간 과반의석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야당인 국민회의당(Congress Party) 지지율이 최근 특별히 높게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이들은 상원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지난해 초 모디 총리가 추진했던 개혁 관련 주요 법안들의 통과를 막을 수 있었다. 또 인도인 상당수가 계속 국민당을 힌두교 민족주의와 결부시켜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종교 갈등 상황도 모디 총리 및 국민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일부 국민당 의원들과 힌두교 우파 민족주의단체 민족봉사단(RSS) 관계자들은 여전히 극단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모디 총리의 지지율은 70%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예상을 깨고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Sonia Gandhi 총재와 협력해 상호 호혜적인 변화를 일궈냈다. 지역 차원의 카스트 기반 정당들과 편의적인 연합을 꾀함으로써, 개혁 추진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동안 지연되어 왔던 여러 부분의 진전도 이뤄낼 수 있었다. 국민당은 지지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선거에서 특정 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왔다.

모디 총리는 정치 자금도 신속하고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는 기업활동과 성장을 저해해 왔던 중복 허가와 규제 덩어리를 철폐했다. 주 정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조세당국에도 보다 기업친화적인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직 주 단위에선 여전히 부패가 만연해 있고, 주 정부 개혁의 진전도 상당히 느린 수준이다. 그러나 토지 매입에 대한 주 정부 차원의 주요 규제가 완화되면서, 기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가 오랫동안 노력해 온 부가가치세 개정안도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를 넘나드는 교역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모디 총리는 근로자 해고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현재 공기업이 운영하는 전력산업을 민간에 개방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두 사안 모두 노조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모디 총리의 최근 행보를 보면 상황은 유리해 보인다. 방위, 철도, 건설, 소매업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를 완화하려는 그의 노력은 이미 결실을 보고 있다. 2014~2015 회계연도 동안 총 FDI는 27%나 증가했으며,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런 수치야말로 인도에 투자한 이들이 오랜 동안 기다려온 성과라 할 수 있다.

모디 총리에겐 강압적인 측면 외에도 창의적인 면모가 보인다. 그는 개혁을 지지하는 일부 주지사들이 특정 토지, 전력, 노동 관련 법안 개정을 허용하는 헌법조항을 활용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주 차원에서 평가하는 연간 ‘기업활동 용이도(ease of doing business)’ 지수를 도입해 연간 성과를 기록하고, 낮은 실적을 보이는 주 정부에 사회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다국적 회의를 양자 정상회의로 대체해-이를 통해 일본, 유럽, 미국 등과의 관계를 개선했다(이들 지역으로부터의 투자도 활성화시켰다)-인도의 세계적인 입지를 향상시키고 영향력을 강화했다. 마찬가지로 인도양에 위치한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매진했다. 그 외에도 인도의 미래를 위해 이뤄낸 그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역내 경쟁국으로 여기던 중국에 대한 기존의 의심을 거두고,협력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중국 기업 투자를 유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모디 효과’라고 불리는 이 놀라운 성과로 인해 브릭스 중 하나인 인도는 경제 활성화를 달성하고 있다. 물론 아직 다른 브릭스 국가들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접기는 이르다. 중국은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안정적이다. 경기가 둔화된다고해서 중국의 세계 무대 영향력이 제한되지도 않을 것이다. 브라질의 위기는 지배구조 개선과 지속가능한 장기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고비일 수도 있다. 러시아의 경우, 재력과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덕분에 단시일 내에 절벽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리카 민족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는 도시 청년층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결국에는)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인도는 일부 신흥시장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최근 주요 국가들은 진화에 실패했다). 이런 측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오랫동안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필자 이언 브레머는 유라시아그룹 회장이자 ‘슈퍼파워(초강대국): 미국의 역할과 세 가지 선택(Superpo wer: Three Choices for America’s Role in the World)’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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