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천 내전’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하면서 경제·복지·노동 등 각 분야를 망라한 공약들도 잇따라 쏟아져나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주요 3당이 발표한 공약들을 전부 실현하려면 무려 250조1,5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정작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무(無)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청년·경력단절여성·노인 등 맞춤형 일자리 창출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의 핵심 공약 외에도 총 200개에 달하는 공약을 ‘선물’로 준비했다. 여기에는 총 56조원(2017~2020년)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됐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불분명하다. ‘예산 자연 증가분을 활용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은 최대한 줄이겠다’는 게 여당의 방침이다. 사실상 재원마련 방안을 내놓지 않은 셈이다.
오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47조9,000억원이 필요한 공약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발표한 더민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더민주는 급한 대로 재정 지출 절감(7조4,000억원), 국민연금(10조원), 비과세·감면 정비와 법인세 인상(13조7,000억원) 등을 통해 연간 소요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연금 재원 활용과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사회 일각의 반대가 극심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국민의당은 111개 공약 실현을 위해 5년(2017~2021년)간 총 46조2,5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가장 적지만 재원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청년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위해 국민연금 재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작 “국민연금은 소모성이 아닌 투자성 재원”이라는 이유를 들며 예산 추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공공주택을 제외한 전체 공약들의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지출 조정’이라는 한 줄의 문구만 집어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과 중복되는 ‘재탕 공약’이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부족한 ‘황당 공약’들도 수두룩하다.
우선 해외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되돌아오는 유턴 기업들을 위해 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는 새누리당의 공약은 정부가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원 사업과 겹친다.
더민주의 공약도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청년 일자리 70만개를 만들겠다며 3조9,000억원의 예산을 쓰겠다고 공언한 더민주가 청년 구직수당 지급을 위해 7조8,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큰소리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공약으로 포퓰리즘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나윤석·박형윤기자 nagij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