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고용세습 사례를 보면 대기업일수록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세습 조항을 둔 사업장 694곳 중 단지 정년퇴직했다는 이유로 특별채용 혜택을 부여한 곳이 442곳(63.7%)에 달했고 업무 외 질병 등 불투명한 이유로 취업우대를 적용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월급을 많이 받는 귀족노조 조합원 신분을 자식에게 대물림해주려는 노조의 탐욕에 기업들이 밀린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고용세습은 공정한 경쟁을 막는 반칙이다.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거쳤다면 취업할 수 있는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다. 단지 노조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직계가족 고용에 특혜를 준다는 것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악덕행위다.
고용부는 고용세습 등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4월부터 사법조치 등을 통해 시정을 강력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는 사법조치 내용이 노조법상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불과해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벌금형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단체협상 자체를 무효화할 방안을 강구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고용세습 같은 구태마저 개선되지 않으면 청년실업 해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정경쟁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