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식대로 바이러스를 활용해 백신을 만들면 오히려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DNA 백신을 개발해 지카바이러스 퇴치에 앞장서겠습니다.”
정문섭(사진)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살아 있는 바이러스 전체를 활용해 백신을 개발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90년대부터 DNA 백신 개발 시도가 진행됐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체내에 투여됐을 때 바이러스 외피만을 만들 수 있는 DNA를 바이러스나 대장균 등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백신이 만들어진다. 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쓰는 불활성화 백신과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쓰는 생백신, 그리고 DNA 백신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항체 면역능력을 형성해주기 위해 약독화 백신이 주로 활용돼왔지만 이는 오히려 바이러스를 유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어 임상시험을 자유롭게 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 특수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DNA 백신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정 소장은 “약독화 백신에선 바이러스가 살아 있어서 백신을 접종받은 후에도 감염 위험이 남게 된다”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가임기 여성, 임신부, 노약자 등 특수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는 데 제약이 있고 임상시험을 하는 데만도 5년 넘게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접종 부위에서 저절로 바이러스 외피만 만들어지고 이것을 체내 면역세포가 감지한 후 바이러스 예방에 필요한 항체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DNA 백신의 원리”라며 “백신 접종 후 체내에서 생성된 바이러스 외피가 바이러스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이나 임신부에게도 접종할 수 있고 개발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달 미국 이노비오사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DNA 백신이 예방 및 치료에 필요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해낸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물론 DNA 백신에도 단점은 있다. 체내 투여 시 DNA가 분해돼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 소장은 “현재까지의 실험에서는 DNA 백신의 부작용은 없었지만 항체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셀(세포) 안에 DNA를 넣어 분해를 막는 ‘전기천공(electroporaition) 방식’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전기천공 기법을 활용해 이노비오사와 지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 백신 개발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