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러다간 '헬리콥터 머니'까지 나오겠다

새누리당이 29일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한국판 양적완화’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묘약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로는 자칫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금리 인하든 양적완화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돈을 푼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두 가지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경기부양의 실질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려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과 외국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쳐 가계부채 폭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로 금리나 양적완화 등의 실험은 미국을 비롯한 기축통화국이나 펼 수 있지 미세한 환율 변동에도 경제가 출렁이는 나라가 취할 수단이 아니다.


더군다나 양적완화는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일본과 유로존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반짝하던 일본 경제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두 곳 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험이 여전하다. 정치권의 양적완화 촉구는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위험한 공약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선거 등 정치적 목적에 의한 마구잡이 통화 발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정당이 통화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자체가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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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양적완화 공약 발표 이후 시중에는 이러다가 ‘헬리콥터 머니’까지 거론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전량 매입해 마치 하늘에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듯 통화를 공급하면 우리 경제가 나아질까.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로 아무리 돈을 뿌려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고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은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가 미래 경제상황을 낙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은 길은 구조개혁으로 경제체력을 튼튼히 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제활로를 열어가는 것뿐이다. 전통적 경제이론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해서 비전통적 이론이 자동적으로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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